정신을 가다듬고 결심을 내어 남의 집 문고리를 몇 번이나 잡았던가? 동정은 못 받고 욕설만 듣고 나니 용기를 잃어 망설이다가 파고다공원(탑골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쪼그리고 앉아 꿈나라로 가는데 구두 발길에 차여 깜짝 놀라 깨니 경찰이 눈을 부릅뜨고 서 있었다. 파출소로 끌려가 청소를 하고 나니 “빠가야로” 한마디 ‘귀쌈’ 하나 선물 받고 쫓겨나온 종로의 밤거리. 아, 잊지 못할 서울의 밤거리.
#2. 배움의 길을 찾아, 삶의 길을 찾아 해외로 방황하던 이 내 몸이 육십 성상 지난 후 다시 찾아온 서울. 고층건물과 지하철로 새로 단장한 이 거리,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며 공원마다 무궁화가 만발하니 잃었던 고국이 내 품에 안기는 듯.
종로에서 갈 길을 몰라 헤매다가 가는 사람 붙잡고 내 갈 길 물으니 천만뜻밖에 택시로 안내하고 점심까지 접대. 종묘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평양친구, 동포라고 동정하며 점심 주고 용돈 주어.
아, 산도 그 산, 강도 그 강, 거리도 그 거리. 달라진 것은 사람들의 정신면모.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하고 상냥해 곳곳에서 귀인을 만나 도움과 혜택. 비록 여동생 찾는 꿈은 깨어졌지만 고국 동포들의 따사로운 감정은 영원히 내 가슴 깊이 새겨 있으리. 번영하라 고국이여. 그대여 안녕.
김건 중국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시
조선족 제1중학교 고급교사
※필자 김건씨(86)는 중국 동포로, 6·25전쟁 때 헤어진 여동생을 찾기 위해 지난해 말 방한했다가 돌아간 뒤 고국의 정을 되새기는 글을 본보에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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