兩노총 “성희롱 공동대응"…4월 총선 이슈화 방침

  • 입력 2004년 1월 6일 18시 29분


“한 우체국장이 비정규직 여직원에게 신체접촉을 하면서 외롭다고 유혹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떠 노조 차원에서 조사해 정식으로 문제 삼으려 했지만 국장이 이미 이 여직원을 매수해 사건을 무마한 뒤였다.”

“기관장이 연말에 시상하면서 여직원들에게 키스를 했다. 여직원이 이를 문제 삼으려 했지만 남자 동료들이 ‘그래봐야 너만 다친다’며 만류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여성 간부 및 조합원 30여명은 지난해 12월 17∼20일 서울 도봉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공동 워크숍을 가진 뒤 토론 내용 등을 담은 보고서를 6일 공개했다.

아울러 이들은 앞으로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키로 결의하는 한편 4월 총선 때 모성보호 관련 사안들과 함께 직장 내 성희롱 근절 방안을 여성계 이슈로 부각시키기로 했다.

두 노총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노총이 각각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고서에는 노동부 산하의 한 고용안정센터에서 남자 공무원들이 여직원들에게 억지로 술시중을 들게 했지만 노조 창립 이전에 벌어졌고 여직원들도 이를 숨겨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등 다양한 직장 내 성희롱 사례가 공개됐다.

두 노총은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노조의 남녀 공동교육 실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단체협약에 성희롱 금지조항 삽입 △가해자로부터 피해자 격리 등을 제시했다.박승희 민주노총 여성부장은 “비정규직 여성들이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해도 재계약 문제 등 신분 불안정 문제로 적절한 대응을 못 하고 있다”면서 “직장을 방문한 협력업체 관계자나 고객 등 제3자에 의한 성희롱 처벌조항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편 노동부가 2002년 여성 근로자가 많은 병원과 유통업체 가운데 성차별 및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우려되는 사업장 1066곳을 점검한 결과 이를 위반한 사업장은 671곳(62%)으로 2001년(48%)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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