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업24시/하루 150t 김치로 年매출 500억 ㈜한성식품

  • 입력 2004년 1월 6일 18시 49분


“김치는 숙성하는 온도와 양념, 물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에요. 그래서 김치는 예술이자 과학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지난해 열린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와 1988년 서울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에 김치를 공급한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 ㈜한성식품의 김순자 사장(50·여)은 식품업계에서 ‘김치 발명가’로 통한다.

2002년 제37회 발명의 날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그는 ‘생쑥김치’ ‘미역김치’ 등 자신이 개발한 김치 제조법 12건을 특허로 등록했으며 40여건을 출원했다. 또 해외 142개국에 국제특허를 출원 중이다.

“어렸을 때 반찬의 전부였던 김치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어요. 깍두기에 들어가는 무가 네모난 이유와 왜 젓갈을 넣어야 하는지 등을 어른들이 귀찮아 할 정도로 물었어요.”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솜씨를 이용해 김치를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김치사업에 뛰어들었다.

1986년 전세금 전액(800만원)을 투자해 공장을 세운 뒤 그 안에 조그만 방을 마련해 ‘공장살림’을 시작했다.

김치사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발로 뛰는 판촉활동으로 가까스로 대형 호텔이나 유통업체에 김치샘플을 보내면 시식 과정에서 담당직원과 간부 등의 입맛이 서로 달라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창업 첫해 매출은 400만원. 그는 이듬해부터 한국인의 보편적인 입맛에 맞는 김치를 개발하기 위해 젓갈 배합을 연구했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이 고향인 ‘8도 아줌마’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김치를 만들어 품평회를 열었다.

김치는 언제, 누가, 어떻게 담가도 같은 맛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재료 선정과 생산과정을 모두 표준화했다.

그 후 김치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매출이 87년 1억원, 88년 10억원, 91년 40억원 등으로 늘었다.

현재 전국 주요 특급호텔과 백화점, 관공서 등에 김치를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500억원.

부천 본사와 공장을 포함해 전국 5개 공장에서 680명의 종업원이 하루 150t의 ‘정드린 한성김치’ 100여종을 만들고 있다.

품질관리사 백지영씨(26·여)는 “신선도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채소를 소금에 절이다 사장님에게 적발되면 난리가 난다”며 “싱싱한 농산물과 양념, 젓갈 등의 구입을 전담하는 산지구매팀은 늘 긴장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금도 자다가 김치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일어나 메모한 뒤 다시 잠을 청한다. 백화점에 전시된 옷을 보다 포장 디자인이 생각나면 어김없이 적어 두었다가 개발팀에 넘겨준다.

그는 “지구인이 먹는 음식 가운데 김치보다 더 좋은 건강식품은 없을 것”이라며 “가장 세계적인 한국 상품인 김치의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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