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한우 전문점까지 '광우병 비명'

  • 입력 2004년 1월 7일 18시 42분


불경기와 광우병 파문 등으로 손님이 크게 줄자 대구시내 음식점들이 줄줄이 휴폐업 하거나 전업을 서두르고 있다.

대구 남구의 대표적인 갈비집인 A가든은 4일 식당 문을 닫았다. 광우병 등의 파문으로 손님이 줄면서 인건비 등 가게 유지비 부담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음식점 대표 김모씨(60)는 “불경기에다 광우병 등의 여파로 지난달부터 손님이 평소보다 80%가량 줄었다”며 “우리 식당은 한우만을 취급,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광우병과는 무관한데도 손님이 없어 당분간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10여명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불경기로 손님이 줄어 경영난을 겪어 온 달서구 상인동 W숯불갈비도 휴업에 들어갔다.

이 식당 주인 박모씨(58)는 “지난해 12월 중순 연말특수를 기대하고 냉동육을 많이 들여 놓았으나 장사가 안돼 재고를 헐값에 처분하고 무기한 휴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식당 부근에 위치한 쇠고기 전문요리점 D가든은 돼지고기 전문 음식점으로 상호를 바꾸기로 결정, 현재 식당내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다.

식당주인 김모씨(50)는 “쇠고기 요리 위주로 장사를 해왔으나 손님이 없어 이번 기회에 아예 돼지고기 집으로 업태를 변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쇠고기 전문요리점인 남구 봉덕동 K식당도 최근 불경기와 광우병 파문이 겹치면서 장사가 안돼 영업을 포기하기로 하고 점포를 내놓았다.

식당 주인 이모씨(55)는 “올해 초 개업하느라 투자한 돈의 절반도 건지지 못하고 가게를 처분할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대구 시내 일부 레스토랑도 평소보다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대구 중구의 F레스토랑 관계자는 “연말은 물론 새해 들어서도 손님이 예년보다 50∼60%가량 줄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구 P레스토랑측은 정문 입구에 ‘호주산 쇠고기만을 취급한다’는 간판을 내걸었으나 손님들이 ‘스테이크 요리’ 등은 외면하고 야채 위주의 요리만 찾고 있다고 밝혔다.

생선회 취급업소는 상대적으로 손님이 몰리는 등 ‘반짝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 D초밥 관계자는 “최근 쇠고기를 꺼리는 시민들이 생선회집으로 몰리고 있으나 불경기의 여파로 매출이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행정당국이 광우병 파문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업소들의 정확한 피해 실태를 조사, 세제 금융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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