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추적/인천시 문화정책 지금 몇시인가?

  • 입력 2004년 1월 7일 18시 47분


인천시의 문화 마인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외부로 옮겨지고 문화재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지만 시가 ‘강 건너 불구경’ 식으로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남구 수봉공원 인천문화회관에 보관돼 있던 가요책자 2000여권과 유성기판 2300여장, 레코드판 2만여장 등 한국가요 자료가 경기 용인시의 신나라레코드 가요연구소로 옮겨졌다.

수집가가 변변한 전시공간조차 마련해 주지 않고 시간만 끄는 인천시의 문화정책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자료를 다른 시로 옮긴 것.

가요자료 수집가 김점도씨(70)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박물관을 지어 시민이 즐겨 찾도록 하고 싶었지만 행정당국과의 눈높이가 너무 달랐다”고 아쉬워했다.

인천 중구 항동6가 옛 인천우체국 리모델링 현장에서도 문화정책 부재의 한 단면이 드러난다.

지난해 9월부터 건물 소유주인 정보통신부가 내부 보수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건물 내부가 심하게 훼손됐다. 이 건물은 1924년 건축된 것으로 보존 가치가 높아 1982년 시 유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보수공사 과정에서 건물 바닥에 깔려 있던 대리석은 모두 철거돼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중앙 천정 부분도 사라졌다.

인천지역 향토사학자들에 따르면 인천우체국은 서울의 우정국과 함께 한국 체신역사의 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

인천문화발전연구원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건물 보수공사 때문에 문화재가 훼손될 수 있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인천문화발전연구원 이병화 이사장(52)은 “인천우체국은 지역을 대표하는 근대 건축물로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라며 “시 지정 문화재를 어떻게 보수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더욱이 영화 ‘실미도’ 세트장을 불법 건축물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해 세트장이 철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가 망신을 당하고 있다. 영화제작사인 시네마서비스 관계자는 “서울 충무로를 중심으로 ‘인천에서는 영화를 제작하지 말자’는 말이 무성히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경기 부천시는 시장 등이 나서 드라마 ‘야인시대’ 촬영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도자기 박물관을 관내로 유치하기 위해 개인 수집가를 수차례 면담하기도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우체국 건물이 낡아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정통부의 요청으로 시 문화재위원회가 심의해 보수공사를 허가한 것”이라며 “1924년 지어진 건물 부분을 제외하고 6·25전쟁 때 훼손돼 보수한 곳에 대해서만 공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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