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강승희/'침묵의 봄' 원하지 않는다면

  • 입력 2004년 1월 8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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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희
서울 근교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이 물류창고 전원주택 골프장 스키장 콘도 등으로 적지 않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 가운데 팔당은 보전과 개발논리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종 개발에 앞장서는 추세다. 얼마 전 양수리(두물머리) 부근에도 도로를 낸다고 한 적이 있다. 주말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선 늪을 일부 성토해 길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팔당 상수원보호 및 특별대책 1권역’으로 한강수질 유지에 중요한 지역이다. 과연 수려한 자연경관과 맑은 물이 훼손된 뒤에도 그곳을 찾는 이들이 있을까.

환경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이런저런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 가운데 민초들은 그나마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개발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대부분 수긍하고 이해한다. 문제는 나름대로 ‘힘’과 ‘줄’을 갖고 있는 일부 특권층이다. 아직도 한국은 원칙보다 변칙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환경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자원이다. 한두 사람의 개인적인 욕구나 이해보다는 아직은 태어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게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1962년에 나온 책 ‘침묵의 봄’에 소개된 레이철 카슨 여사의 경고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곱씹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그 많던 새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어쩌다 발견되는 몇 마리 안 되는 새들은 빈사 상태로 몸을 심하게 떨고 날지 못했다. 생명의 소리가 없는 침묵의 봄이었다. 한때 떠오르는 해와 함께 들려왔던 종달새 개똥지빠귀 비둘기 굴뚝새 등의 지저귐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무거운 침묵만이 벌판과 숲, 소택지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강승희 한강유역환경청 유역계획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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