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북한학과 박순성 교수(47·경제사상)가 18세기 근대사회의 형성을 바라보며 스미스가 가졌던 문제의식을 고찰한 책 ‘아담 스미스와 자유주의’(풀빛)를 최근 내놓았다. 경제와 윤리의 상호 연관성, 그 긴장관계를 집중 탐구한 연구서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성과다. 박 교수는 1991년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아담 스미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구에서는 사회주의 체제의 위기가 감지되던 1980년대부터 아담 스미스를 통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그 대안을 찾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유일한 대안으로 남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아담 스미스 경제론의 다른 한 축인 ‘도덕감정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죠.”
스미스의 사상은 서구에서도 80년대 이전에는 주로 ‘국부론’을 통해 평가됐다. ‘국부론’의 핵심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자기이익을 최대로 증대시키다 보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사회 전체의 부가 늘어난다는 것.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적극 옹호하는 명제였다.
그러나 스미스는 또 다른 주저(主著)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은 아무리 이기적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며 연민과 동정의 ‘공감’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도덕적 사회질서의 근거를 모색했다.
국내에서 스미스의 재해석이 박 교수만의 관심은 아니었다. 1990년대부터 지식인 사회에서는 ‘아담 스미스 다시 읽기’가 소리 없이 전개되어 왔다. 이근식(서울시립대·경제학), 박세일(서울대 국제대학원·법경제학), 권영준 교수(경희대·경영학) 등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안민정책포럼 등에서 활발하게 사회참여를 해왔다.
박 교수는 스미스를 비판적으로 계승하자는 입장이다. 그는 “스미스가 현실의 모순을 드러내고 보완하는 점에서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스미스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과 갈등을 인식했다면 그것을 뛰어넘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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