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학하동 자광사 주지 청아(靑我·45·경기 수원시 공소사 주지 겸임) 스님은 11일 틱낫한 스님의 저서를 불어로 많이 번역한, 스리랑카 출신의 반야완사 스님을 초청해 법회를 열었다.
반야완사 스님은 이날 영어 학습차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 등 신도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유럽불교와 남방불교’라는 제목의 법회에서 이 지역 불교의 수행방법 등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았다.
신도들은 유럽에서 가톨릭 신부들이 불교를 가르치고 참선 수행도 한다는 반야완사 스님의 말에 의아해하기도 했다. 청아 스님은 통역을 하기도 하고 보충 설명을 해가며 법회를 주재했다.
청아 스님은 화계사 숭산 스님 등이 추구하고 있는 한국 불교의 세계화에 동참하기 위해영어 법회를 마련했다. 그는 “영어 설명이 우리말보다 훨씬 간명할 수 있다”면서 “한국 스님이나 불교학자 등이 가르치거나 설명하는 불교가 모호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신도들이 많다”고 말했다.
불교가 인도에서 스리랑카 티베트 중국 등을 거쳐 국내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잘못된 번역 등으로 내용이 모호해졌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이지 않고 비논리적인 우리의 설명 방식이 문제라는 것.
“우리는 불교적 관점에서 신체의 세포 하나하나가 생명체라고 막연하게 말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공부한 반야완사 스님은 칼에 찔린 한 소녀로부터 심장을 이식받은 다른 소녀가 수술이 끝난 뒤 살인범을 지목해 잡았다는 사례를 들더군요.”
초청 법사는 조계종에서 비구(니)계를 받았으며 수행이 깊고 영어 법문이 가능한 외국인 스님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출신 무진 스님이 ‘삶과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출신 청고 스님이 ‘나를 깨닫는 수행’이란 주제로 설법을 했다.
올 10월까지 계속될 이 영어 법회의 다음 초청자는 미국 출신인 무심 스님(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주지)과 현각 스님(‘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 호주 출신인 지광 스님(호주 멜보니 정혜사 주지) 등이다. 청아 스님은 “신도들이 영어 법회를 통해 다양한 언어와 접근 방식으로 불교를 이해하고 수행한 경험을 접하면서 모호한 부분들이 분명해졌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청아 스님은 연세대 물리학과를 나와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물리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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