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버려진 신생아 돌보는 ‘白衣의 엄마들’

  • 입력 2004년 1월 11일 18시 34분


조선대병원 신생아실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이 9일 5개월 동안 정성껏 기른 아기를 돌보고 있다. -사진제공 조선대병원
조선대병원 신생아실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이 9일 5개월 동안 정성껏 기른 아기를 돌보고 있다. -사진제공 조선대병원
“오늘 우리 아기가 영 기분이 안 좋네. 손님도 오셨는데 한번 웃어봐.”

9일 오후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병원 신생아실. 간호사 서너명이 한 여자 아기에게 모자를 씌우고 옷을 갈아입히고 있었다. 이 병원 소아과 의사 정다운씨(29·여)는 “오늘 목욕을 안 시켰어요.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 아기를 쳐다봤다.

이 아기는 지난해 7월 30일 태어나 신생아실에서 쭉 커왔다. 아기 엄마는 제왕절개로 출산한 뒤 갑자기 사라졌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해야 하니 아기가 걸어다닐 때까지만 키워 달라’는 쪽지를 남겼다.

친엄마는 사라졌지만 아기는 12명의 새로운 ‘엄마’를 얻었다. 신생아실 의사와 간호사 12명이 아기의 ‘엄마’가 됐다. 이들은 3교대로 근무하며 병실에서 아기를 먹이고 입혔다. 노래도 불러주고 운동도 시켰다. 아기가 처음 웃거나 옹알이를 시작할 때는 모두 기뻐하며 5개월을 보냈다.

12명의 ‘엄마’들은 아기를 ‘강아지’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친부모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아 아기는 아직 이름이 없다.

아기가 12명의 ‘엄마’ 가운데 누구를 제일 따르느냐는 질문에 서현숙 간호사(39·여)는 “직접 말해봐. 이제는 네 의견을 밝힐 때가 됐잖아”라며 아기 볼을 쓰다듬었다.

지난해 7월 아기는 2kg이 조금 넘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장염을 앓기도 했고 다리가 휘는 증상이 나타나 깁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에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경찰이 아기의 부모를 찾고 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병원측은 병실에서 아기를 키우기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아기를 영아 보호소로 보낼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아기가 12명의 ‘엄마’와 헤어질 날도 머지않은 셈.

“아기의 부모가 나타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분들이 아기를 애정을 갖고 잘 키울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네요. 우리 아기를 사랑으로 키워줄 부모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의사 정씨는 “(아기가) 좋은 집에 입양되면 좋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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