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공무원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길호 신안군수의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의 한 대목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7일부터 4일간 군청과 14개 읍 면사무소 직원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은 결과 전체 직원 680여명 가운데 590명이 서명했다”면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지만 일부에서 비난 여론이 있어 법원에 제출할지 여부는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군수는 지난해 7월 내연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하려 하자 건설업자에게 입막음 명목으로 1억6500만원을 건네게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구형받았으며 16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고 군수가 검찰에 긴급체포된 이후 그의 구명운동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
고 군수가 검찰에 붙들려가자 신안군의회가 가장 먼저 의원 14명 명의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냈다. 이어 전국공무원 노조 신안군지부 공무원들이 고 군수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차질 없는 군정 수행을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부가 배려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의회와 투명한 군정을 촉구해온 공무원들이 비리에 연루된 단체장 구명운동에 나선데 대해 지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번에 고 군수의 선고공판을 앞두고 공무원들이 앞장서 서명운동까지 벌이자 각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목포 신안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직사회개혁과 부패척결을 위한 서남권 공동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인사문제 등 고 군수의 작은 치적을 내세워 큰 허물을 덮자는 발상은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고 군수 퇴진운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모른 체 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하지만 빗나간 ‘온정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공직사회는 ‘제 식구 감싸기’ 관행 때문에 비리가 끊이지 않았고 부패한 집단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제 살 깎기의 아픔을 두려워한다면 공직사회 개혁은 요원하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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