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고용없는 성장 가시화” 경고…IMF이후 최악

  • 입력 2004년 1월 12일 18시 22분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지나친 보호가 오히려 실업난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경직된 정리해고 규정과 높은 임금상승률로 인해 지난해 경제 성장에 따른 일자리 증가율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내놓은 ‘정규직 근로자 보호수준의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 대비 일자리 증가율이 둔화되는 ‘고용 없는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경고한 뒤 “해고와 재취업을 쉽게 하는 고용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에 따른 취업자 증가율인 ‘고용 탄성치’는 지난해 0.16으로 2001년(0.63)의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탄성치는 1997년까지는 평균 0.33이었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0.16으로 떨어진 뒤 상승하다 2001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경제성장률 1% 대비 고용 창출 인구는 2001년 13만3390명이었지만 2002년 9만4460명, 2003년 3만6450명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KDI 보고서는 이에 대해 ‘높은 정규직 고용 보호와 대기업 노동조합 중심의 집단 이기주의’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1990년대 말 한국의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중에서 2번째로 높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도 한국 정부의 노동시장 규제는 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심한 것으로 나타나 해고와 고용이 그만큼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관련 법률에서 항목별로 구체화하고, 국제적으로 유례가 없는 부당해고로 인한 형사처벌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OECD에서 지적하듯 정리해고 ‘60일 전’에 근로자 대표에게 통보하거나 협의토록 한 현행 규정은 사용자에게 부담이 되고 노사관계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삼성경제연구소와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올해 ‘고용 없는 성장’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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