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개장 늦춰지는 난지도 골프장

  • 입력 2004년 1월 12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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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

앞으로는 한강이, 뒤로는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한때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다. 이곳에서는 지금 퍼블릭(대중) 골프장인 난지도골프장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5만9225평에 9홀(파36)로 이뤄진 난지도골프장은 2층 규모의 48타석 골프연습장과 주차장(197대)까지 갖췄다.

그러나 개장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골퍼들의 바람과는 달리 3월로 예정됐던 개장이 빨라야 4월로 연기될 전망이다. 이유는 골프장 이용료를 둘러싼 서울시와 체육시설관리공단의 싸움 때문이다.

▽1만5000원 대 3만3000원=운영주체인 공단은 1인 이용료가 3만3000원(평일 기준)이 되지 않으면 투자비와 관리비 회수가 어렵다는 생각이다.

당초 시와 합의할 때는 골프장 건설에 80억원 정도를 예상했지만 현재까지 들어간 돈만도 150억원이 넘는다는 것. 이런 상태에서 시의 요구대로 1만5000원을 받으면 해마다 12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공단측은 주장했다.

공단의 손상용 지원부장은 “충남 천안시 공무원골프장이나 경기 성남시 남성대 군인골프장도 4만3000원을 받는다”면서 “요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문을 열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기존의 합의대로 일단 1만5000원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금액으로 1년간 운영해 보고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때 요금을 올려도 늦지 않다는 것.

서울시 오해영 조경과장은 “필드 이용료보다 골프연습장(1시간 1만2000원 예정) 등 부대시설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라면서 “시민에게 약속한 요금을 무작정 올릴 순 없다”고 말했다.

▽환경친화 생태골프장?=공단측은 난지도골프장은 세계에 몇 안 되는 환경에 역점을 둔 골프장이란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의 와카슈링크스 골프장이나 미국의 하버사이드 인터내셔널 골프장처럼 쓰레기 매립지에 세운 생태골프장이라는 것.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난지도골프장이 ‘생태골프장’이라는 이름을 얻기엔 한참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은 △주변 생태에 어울리지 않는 밤나무나 원예종인 술패랭이 등 보기에만 그럴듯한 식물을 심었고 △고라니나 멧돼지 등 보호동물의 흔적이 발견됐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이 없으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인근 하늘공원에서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의 여진구 사무처장은 “쓰레기매립장 위에 세운다고 해서 생태골프장은 아니다”면서 “장기적으로 이곳의 야생 동식물들과 골프장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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