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군 의회 의장이 공직에서 은퇴한 뒤 고향 마을 이장을 맡아 화제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파마을 주민들은 새해 첫날인 1일 마을 총회에서 김승홍(63·金昇弘)씨를 2년 임기의 신임 이장으로 선출했다.
김씨는 6년 전만 해도 강진군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이었다. 그가 의정활동을 그만 둔 뒤 마을 사람들의 심부름꾼을 자청한 것은 기초의회 의원에 당선된 뒤 주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강진군 농촌지도소 지도보급과장을 끝으로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김 이장은 1998년 지방선거를 통해 군 의회에 입성했다.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공직경험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 이장은 발로 뛰는 의정활동으로 주위로부터 ‘차기 군수 후보’로 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물리치고 2002년 고향 마을로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주민 복지’를 배우기 위해 강진의 한 전문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기도 했다.
“행정기관의 각종 시책을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서 탈피해 주민들의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는 이장이 되고 싶습니다.”
김 이장은 요즘 농한기라 마을회관을 찾는 주민들에게 읍사무소나 농협 등에서 처리해야 할 일거리를 받아 해결해주고 있다.
군의회 의장 출신 이장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기대도 남다르다. 주민 김삼님씨(61)는 “소탈한 성격에다 평소 주민들의 대소사를 잘 챙겨줘 이장으로서는 적격”이라며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는 모범적인 이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군 의원으로 활동할 때 성원해준 주민들에게 보답하기위해 밑바닥에서 봉사하고싶었다”면서 “고향 마을을 강진 최고의 부촌으로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강진=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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