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후 “아빠는 실패”…모친살해 대학생 2심도 사형

  • 입력 2004년 1월 14일 18시 27분


서울고법 형사5부(전봉진·全峯進 부장판사)는 14일 카드 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며 할머니와 어머니를 숨지게 하고 아버지와 형까지 죽이려 한 혐의(존속살해 등)로 구속 기소된 J대 휴학생 김모씨(23)에 대해 원심대로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스스로 자초한 경제문제를 부모에게 떠넘기다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고 그 결과 한 가족을 완전히 소멸시켰다”며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아버지와 형을 원망하는 등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김씨는 대학 진학 후 여자친구를 만난 후부터 신용카드를 마구 써 4000여만원의 빚을 졌다. 김씨는 아버지가 3500만원을 갚아줬으나 다시 카드 빚을 지기 시작해 여자친구와 함께 진 빚이 7000만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6월 김씨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베개로 얼굴을 눌러 질식사시킨 뒤 옆방에 있던 87세의 할머니도 같은 방법으로 죽였다.

김씨는 이어 한 시간 뒤 집에 들어서는 형의 어깨와 팔 가슴 등을 15차례나 칼로 찔렀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형을 거실 바닥에 방치한 채 아버지를 기다렸다. 한 시간쯤 뒤 귀가하던 아버지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도망치자 김씨는 “아버지가 안 들어오면 형이 죽는다”고 협박까지 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 여자친구에게 ‘오늘 식구들 작업했다가 실패했다. 엄마랑 할머니까지 성공했고 형도 거의 성공해서 아빠만 남았는데 아빠가 현관에서 도망갔다. 형을 죽인다고 해도 아버지가 도망갔다. 정말 황당해서 (형을) 살려줬다’는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범행 방법 등이 극악무도하고 비정상적이어서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했으나 공격적 충동이 다소 있을 뿐 지극히 정상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반성문을 제출하지도 않았으며 항소할 당시 재판부에 항소이유서조차 내지 않았다.

김씨는 항소심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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