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서울역 '새 역사' 역사를 새로 쓰다

  • 입력 2004년 1월 15일 16시 49분


《명절 때면 고향으로 향하는 애틋한 발걸음들이 모여드는 서울역.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서울역 건물에만 들어서도 벌써 마음은 고향의 부모님 곁에 당도한 듯 푸근해지곤 했다. 올해는 이런 서울역 역사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 1900년 7월 경성역으로 처음 문을 연 지 104년 만에 고속철도 서울역으로 다시 태어난 것. 4월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1일 개관한 울역 새 역사는 1000여대의 주차공간에 연건평이 총 2만8000평이나 되는 방대한 공간. 대형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현대적인 건물로 인천국제공항을 연상시킨다. 철도여행객뿐 아니라 쇼핑이나 휴식, 식도락을 즐기려는 서울 시민들도 이 공간의 주요 타깃. 이 때문에 고속철도 개통 후에는 하루 유동인구가 3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의 새로운 명소가 될 고속철도 서울역으로

함께 들어 가보자.》

○ 강북의 새로운 명소

서울역 가보기

새 역사는 크게 역무, 쇼핑, 주차시설로 나뉜다.

쇼핑시설로는 이미 갤러리아 콘코스가 2∼4층에 자리 잡았고 5월 말이면 구 역사 자리에 7600여평 규모의 대형 할인마트도 들어선다.

갤러리아 콘코스는 20, 30대 직장인을 겨냥한 패션, 선물, 잡화 위주의 트렌드형 백화점. 2층은 잡화와 캐주얼, 3층은 숙녀복과 트렌디 캐주얼, 4층은 유아·아동복, 스포츠용품 및 전문 식당가로 꾸몄다.

주요 타깃은 주변 오피스텔 거주자, 샐러리맨은 물론 고속철도 및 열차로 통근을 하는 고소득 직장인들. 이 때문에 일반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품, 가전 등의 매장은 없다. 대신 일반 백화점보다 2∼3배가량 넓은 매장 공간을 확보해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역사 외부 및 대합실도 공항을 능가하는 수준.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장애인 엘리베이터는 물론 종합안내소, 창구 등 각종 시설이 원스톱 서비스 체제로 설치됐다.

또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베니건스, 피자헛, 파리크라상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레스토랑이나 편의시설이 최근 영업을 시작했다. 역사 주변에는 7000여그루의 나무와 1만4000여포기의 화초를 심어 시민들의 쉼터로도 이용되고 있다.

이 밖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길이 1700m의 점자 블록과 유도로, 음성 안내기, 점자안내판, 장애인용 자동개집표기 등을 곳곳에 설치해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1 철도역사 100여년만에 고속철도역사로 새로 태어난 서울역 새역사 내부. 유리와 철골로 꾸며진 대합실 내부는 인천국제공항을 연상시킨다. ○2 3층 대합실에서 백화점으로 바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3 3층 푸드코트에서는 분식이나 김밥 등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 편리하게, 더욱 편리하게

대형 유리 구조물 내의 대합실에 들어서면 곧 인천국제공항이 연상된다. 확 트인 공간도 그렇지만 32개의 매표창구, 90여대에 이르는 폐쇄회로(CC)TV, 80개에 이르는 열차운행 정보 자동안내장치 등은 공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건물의 크기에 비해 공간배치가 잘 이루어져 승차표 구입 및 탑승, 백화점 및 주차장 이용에 전혀 불편이 없다.

교통 및 환승체계 개선은 가장 눈에 띄는 부분. 3월 지하철 1, 4호선 서울역과 역사간의 지하환승통로 공사가 끝나면 지하철 이용객이 외부로 나오지 않고도 바로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새 역사 안에 승객을 기다리는 리무진 버스, 렌터카 등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또 승용차 이용자들을 위해 배웅주차시설과 환승주차시설을 따로 마련했으며 서울역 주변 곳곳에 흩어져 있는 버스, 택시정류장을 통합정류장으로 설치해 교통 혼잡을 크게 줄였다.

이 밖에 2008년 신공항 철도 완공에 대비해 리무진 버스회사들과의 운임 할인도 추진할 방침이다.

○ 역사 속의 서울역

국내에 처음 철도가 생긴 것은 1899년 노량진∼제물포 구간. 그러나 서울역(당시 경성역)은 철도보다 1년 늦은 1900년 7월 문을 열었다. 이후 1905년 남대문역으로 개칭됐다가 1925년 현재의 구 서울역사가 준공되면서 다시 명칭을 경성역으로 환원했다.

당시 남대문역은 면적이 46평에 불과한 단층 건물.

지금의 ‘서울역’이란 명칭은 광복 후인 1947년에 붙여졌다. 1974년 지하철 1호선 서울역과 연계됐고 2000년 6월 고속철도 공사가 시작되면서 지금의 새 역사가 탄생하게 됐다.

서울역의 상징처럼 돼 있는 구 역사는 비잔틴풍의 르네상스 양식으로 1925년 독일인 라덴데가 설계했다. 당시 공사비는 94만5000원.

고속철도 신 역사는 연면적 2만8000여평에 공사비만 860억원이 들었다.

송오영 영업과장은 “30여년 전 처음 입사했을 때 증기기관차가 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고속철도 역사가 새로 생기니 감개무량하다”며 “지난 한 달여간 공사 를 하느라 이 기간 역을 이용한 승객들에게 죄송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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