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이 등록금을 7∼9%가량 올리기로 함에 따라 부담이 더욱 커진 많은 대학생들이 새 학기 등록금을 벌기 위해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다. 일부 은행이 학자금 대출을 중단한 것도 악재.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등록금 투쟁을 벌일 태세를 보이고 있는 대학도 많아 새 학기 대학가가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직종 불문 아르바이트=사립대생 김모씨(23)는 등록금 240여만원을 벌기 위해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불법 음란 스팸메일을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정상적’인 일을 하고 싶지만 도저히 구할 수가 없다”며 “시간당 4500원을 받기 때문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는 벌이가 낫다”고 말했다.
모 여대 3학년생 강모씨(23)는 등록금 320여만원을 마련하려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하는 계에 한 달에 20만원씩을 붓고 있다.
강씨는 “과외 자리를 구하기 위해 벽에다 전단을 붙이고 인터넷 사이트에도 글을 올려 보지만 경기 침체로 마땅한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등록금을 마련할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지방 공립대생 김모씨(25·여)는 “낮에는 사무보조로, 밤에는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다 너무 힘들어 서빙은 그만뒀다”면서 “웬만한 아르바이트로는 등록금을 벌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보수가 낮은 교내 아르바이트에도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연세대의 교내 자동판매기와 매점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에는 200여명이 몰려 경쟁률이 무려 5 대 1이나 됐다. 이 대학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행사보조나 짐 나르기 같은 단순하고 고된 작업에도 지원자가 몰려 공고가 붙자마자 마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약물을 사람에게 투여해 효능을 시험하는 ‘마루타 아르바이트’도 인기다. 한 분석시험 대행업체 관계자는 “현재 2000여명의 지원자 데이터가 쌓여 있다. 짧은 시간에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투쟁=서울대 부산대 충남대 전남대 부경대 등 15개 국공립대 총학생회는 다음 달 초 서울대에서 대표자회의를 갖고 ‘2004 대정부 요구안’을 마련하는 등 지속적으로 등록금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사립대도 대학마다 등록금 인상률을 놓고 대학과 총학생회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다수의 수도권 사립대는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는 학교측과 동결을 주장하는 학생측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총학생회는 학교측이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면 ‘납부 거부’ 등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신학기 들어 대학가에 갈등이 예고된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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