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 프로그램을 녹화할 때였다. 한 출연자는 16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로 큰 수술을 받았지만 집안이 가난해 300만원이나 되는 병원비를 마련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병원 원장은 병원비를 받지 않고 퇴원시켜 주었다. 그 출연자는 요즘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월급의 일부를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하며 당시 은인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은혜를 받은 사람이 은혜를 베푼 사람을 찾는 평범한 사연이었지만 우리가 찾은 그 은인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모습으로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제작진이 수소문 끝에 찾은 병원 원장은 뜻밖에도 속세를 떠나 스님이 되어 있었다. 그는 부귀영화를 버리고 출가한 이유에 대해 “갖고 있는 욕심의 양만큼 불행도 함께 갖게 된다”며 “이제는 마음의 병을 고쳐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속세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 말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튀어나왔고,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솟았다. 그동안 우리는 좀 더 많이 갖기 위해, 좀 더 많이 먹기 위해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았는가. 평범하지만 어려운 깨달음을 준 그분께 감사했다.
혹시 나도 남에게 얼마나 베풀었는지를 생각하기보다 ‘받은 은혜’와 ‘받을 은혜’만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봤다. 도움을 받기보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길은 그렇게도 먼 것일까.
황선희 방송작가·서울 마포구 아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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