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테러협박 편지 잇달아…"추방근로자 소행인듯"

  • 입력 2004년 1월 18일 18시 50분


태국의 반한단체가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방콕발 부산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17일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자 경찰특공대가 출동해 경계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연합
태국의 반한단체가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방콕발 부산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17일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자 경찰특공대가 출동해 경계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연합
태국의 한 반한(反韓)단체가 한국 항공기를 테러하겠다는 협박편지를 잇달아 보내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공항과 항공사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항공안전본부와 항공사, 경찰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40분경 태국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 내 대한항공 방콕지사에 ‘대한항공 방콕발 부산행 항공기와 싱가포르 방콕발 인천행 항공기를 대상으로 테러를 하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가 배달됐다.

이 편지는 ‘아키아(AKIA·Anti Korean Interests Agency)’라는 단체가 보낸 것으로 이 단체는 한국 입국이 거부되거나 최근 강제 추방된 태국인 근로자들이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에는 또 ‘요원 3명이 17, 19, 20일 오전 2시반 방콕발 부산행 대한항공편을 예약했으며 다른 2명은 19일과 20일 방콕발 인천행 싱가포르항공을 예약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한때 긴장=테러협박 편지가 배달된 뒤 14시간여 만인 17일 오전 9시10분경 김해공항에 방콕발 대한항공 8662편 여객기가 도착하자 경찰은 승객 230명을 대상으로 정밀 검문검색을 벌이는 등 한때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X선 탐지기와 폭발물 해체기, 폭발물 탐지견 등을 동원해 승객이 두고 내린 물건과 기내 주방, 화물칸 등을 샅샅이 뒤졌지만 폭발물을 찾지 못했다. 이 비행기에 탑승한 태국 여성 3명 등 외국인 20여명을 조사했으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 수사=태국 경찰은 협박편지의 소인에 표시된 편지 발송 장소가 방콕 랑카멩로드로 저소득층 근로자가 많이 사는 곳이라며 현지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국 경찰은 아키아라는 단체의 활동기록이 없고 편지 내용과 영어표현이 조잡하다는 점으로 볼 때 한국 입국을 거절당하거나 불법 추방된 근로자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김희남 대한항공 방콕지점장은 “아키아 명의로 8일에도 한국대사관,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에 협박편지가 배달됐다”며 “한국인 기업이나 한국인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태국 현지에서는 한국의 고용허가제로 인해 태국인들이 대거 쫓겨났으며 입국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반한 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실제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교 채널을 통해 태국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조사관을 태국 현지에 파견, 비행기 점검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인천공항 검색강화=인천국제공항공사는 우선 협박편지에 표시된 대한항공과 싱가포르항공을 대상으로 이를 이용하는 동남아인과 수화물에 대한 정밀검색을 벌이고 있다.

동남아인이 휴대한 수화물 중 카메라, 노트북, CD플레이어 등 전자제품과 신발은 100% 개봉 검사하고 한편 폭발물추적탐지장치를 이용해 승객과 수화물에 대한 재검색을 벌이고 있다. 폭발물 탐지견도 동원되고 있으며 폭발물처리반이 늘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다.

인천공항경찰대 소선영 외사과장은 “19, 20일 도착 예정인 방콕발 싱가포르항공기 탑승객 예약자 명단을 확보해 신분 조회를 벌이고 있다”며 “출국, 입국장에 인력을 추가 배치해 거동이 수상한 사람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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