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운동장의 ‘풍물시장’.
청계천 복원공사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청계천 주변 노점상 894명이 16일부터 다시 이곳에 노점을 펼쳤다. 지난해 말 개장이 예정됐으나 예상보다 두 배나 늘어난 노점상들의 자리조정 문제로 뒤늦게 문을 열었다.
18일 찾은 풍물시장은 이미 주차장으로 이용 중인 운동장 주변을 따라 트랙 쪽에 운집해 있었다. 주말을 맞아 개장 소식을 듣고 찾아온 손님이 꽤 많은 편. 그러나 입점이 끝나지 않아 아직 좌판은 3분의 1가량이 비어있었다.
제니스 라디오, 클리프 리처드 LP판…. 황학동 벼룩시장을 그대로 옮겨온 곳답게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중고물품들이 눈에 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청계천을 찾았다는 재미교포 캐소니 신씨(48)는 “독특한 문화가 살아있던 청계천의 분위기를 다시 느낄 수 있다”며 흥겨워했다.
특히 시장 가운데 위치한 먹을거리 장터는 대낮부터 술판을 벌인 이들로 시끄러웠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서혜진씨(35·여)는 “개장 초라 그런지 예상외로 손님이 많다”면서 “예전만큼만 손님이 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정리가 덜 된 탓인지 분위기는 산만했다. 바깥의 동대문시장과 특별히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다. 특히 좌판에 펼쳐진 가짜 명품들에는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주차장과 분리하는 펜스가 아직 설치되지 않아 차량과 사람들이 뒤섞이는 것도 아쉬운 부분. 주차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이미 노점상들이 주차장 터를 상당 부분 차지해 안전문제 등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풍물시장 자치위원회 조덕휘 공동대표는 “펜스 설치 및 홍보 문제 등 아직 서울시와 입장 정리가 안 된 부분이 많다”면서 “시가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면 예전의 분위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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