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결정하나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초등학교 때부터 결정하고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자신의 소질이나 흥미 등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중학생도 상당수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할지 결정해야 하는 만큼 1학년 때부터 자신의 진로, 흥미, 적성 등을 면밀히 파악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진로 선택은 학업 성적과도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이 자신의 진학이나 장래에 대해 얼마나 높은 기대 수준을 갖고 있는지가 학업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학생일수록 희망 대학이나 학과 등 공부의 목표를 남보다 일찍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상위권 학생들은 부모나 교사 등과 진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교육전문가들은 뚜렷한 목표 의식은 가장 강력한 학습 동기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중학교에서는 학년별로 다양한 진로 관련 검사들을 시행하며 한 달에 1∼2시간 진로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흥미, 소질, 적성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각종 진로 관련 검사 결과와 교과목에 대한 선호도 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문과냐, 이과냐
진로 결정을 위해선 먼저 자신이 문과 적성인지 이과 적성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진로 탐색 검사 결과 수리, 공간지각 능력이 높게 나오면 이과계통 적성일 확률이 높고 언어 능력 등이 높으면 문과계통 적성일 가능성이 높다. 과목으로 봤을 때 수학 과학 등에 흥미를 느끼면 이과, 국어 영어 암기과목 등에 흥미를 느끼면 문과 적성으로 볼 수 있다.
특정 과목에서도 어떤 부분에 흥미를 느끼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수학의 경우 수리적인 계산은 좋아하지만 문장으로 출제되는 문제를 접했을 때 논리적으로 생각해 식을 세우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싫어한다면 이과 적성이 맞는지 다시 한번 엄밀히 고려해야 한다.
과학 과목도 단순히 점수가 높다고 해서 이과 적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즉 암기할 내용이 많은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땄는지, 물리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리 분야에 대한 논리성이 부족하고 암기력이 뛰어나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라면 문과 쪽 적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중학교 과학은 고교와 같이 생물, 물리, 화학, 지구과학 등으로 세분화되지는 않지만 각각 이에 해당하는 분야가 있으므로 주의 깊게 분석해 보는 것이 좋다.
물론 교과목 성적은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다. 비록 특정 교과의 성적은 좋지 않지만 학생이 재미를 느낀다면 적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취약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도하는 것이 좋다. 교과목에 대한 선호도는 시험 준비를 할 때 뚜렷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시험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시작할 때 먼저 꺼내는 교과목이 무엇인지 확인하면 많은 참고가 된다. 대다수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먼저 공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자료 활용
중학교에 진학하면 대개 5월 초 진로 적성 검사를 한다. 진로 적성 검사는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한 차례씩 실시한다. 대개 4월 중순경 중간고사를 치르므로 성적표와 진로 적성 검사 결과를 비교해 보고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에 비해 같은 교과목이라도 수준이 높으므로 선호도에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흥미나 적성 등은 학년이 올라가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각 학교에는 진로상담부가 마련돼 있으므로 진로에 대한 각종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상담실에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서울시교육과학연구원, 청소년상담원 등에서 마련한 각종 자료들이 비치돼 있으므로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살펴보는 것이 좋다.
또 기술 가정에는 진로에 관한 단원이 있고 특별활동 시간에는 매달 1∼2시간의 진로 지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시교육청 또는 전문 기관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나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다양한 직업인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한다.
▽상급학교 결정
진로 탐색, 진로 발달, 적성 탐색 등 각종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담임 교사, 진로지도 교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자신의 의사결정 능력, 자신의 강점과 약점, 일과 여가에 대한 선호, 직업에 대한 꿈 등을 연계시켜 사고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진로를 결정한 뒤 인문계 고교, 실업계 고교, 특수목적고교 중 어느 곳에 진학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인문계 고교에, 고등학교 졸업 이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은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특별 전형 등을 노려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과학고는 수학과 과학에 대한 관심과 탐구력, 창의성, 논리성 등을 갖춘 학생들에게 적합하다. 각종 실험들을 거듭하면서 연구에 재미를 느끼는 등 과학적 열정을 지닌 학생들이 진학하는 것이 좋다. 외국어고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어문계열에 관심과 흥미가 많은 학생이 진학하는 것이 좋다. 최근 대학 입시를 위해 특목고에 진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내신 성적이 일단 상위 1∼3%에 들어야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성적은 반영되지 않거나 반영되더라도 그 비율이 매우 낮으므로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1학년 때는 성적에 대해 지나치게 부담을 갖지 말고 자신의 가능성과 흥미를 발견하는 탐색기로 삼는 것이 좋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부모의 역할▼
부모는 자녀의 진로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자녀와 함께 자료를 찾고 조언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부모는 자녀가 자신의 신체적 조건, 적성, 흥미, 성격, 능력, 가치관 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모가 각종 신문, 책, TV 등을 보다 특정 직업인이 나오면 자녀와 함께 그 직종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가 특정 직종에 흥미를 보이면 인터넷 등을 사용해 관련 자료를 함께 찾아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함께 찾아보고 직업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시교육청, 청소년상담원 등 각종 사이트에서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진로 지도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심리검사연구소의 STRONG 등 각종 검사법도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한다.
자녀가 관심을 갖는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이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기회가 되면 관련 직장을 견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모가 자녀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 기준에 따라 자녀의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상당수의 부모들은 자녀의 능력이나 적성에 대해 주관적으로 과대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의 지나친 기대는 자녀에게 부담을 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 부모가 자녀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대리 충족하려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서울 중원중 김용미 교사는 “원하는 일을 하려면 일정 수준의 학업 성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학생들이 단지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상식을 갖춘다는 생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진로지도 관련기관 및 사이트▼
-서울시교육청 산하 청소년상담센터(1588-7179)
-서울시교육과학연구원(www.sesri.re.kr)
-청소년상담원(www.kyci.or.kr)
-한국가이던스(www.guidance.co.kr)
-서울시청소년종합상담실(www.teen1318.or.kr)
-한국직업능력개발원(www.krivet.re.kr)
-캐리어네트(careernet.re.kr)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work.go.kr)
-한국심리검사연구소(www.kpti.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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