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崔대표도 말만 앞세워선 안 된다

  • 입력 2004년 1월 19일 18시 43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올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경제 살리기를 들었다. 지난 1년간 “정치와 사회는 온통 분열과 갈등이었고 경기불황, 투자저하, 고용불안, 청년실업 급증으로 경제와 민생은 표류했다”는 진단과 함께 내놓은 처방이다.

정확한 진단이고 처방이다. 그러나 말만으로는 안 된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제1당으로서 실천 가능한 액션플랜을 내놓고 응분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그간의 행태를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보수의 대변자’를 자임한다면 일부 비난을 받더라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만큼은 지난해 매듭을 지었어야 했다. 이라크 파병, 부안 원전수거물관리센터 건립과 같은 현안에 대해서도 국익을 위한 제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최 대표가 경제와 민생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청와대 회동에서 성장기반강화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의한 게 전부인 것처럼 비친다면 누가 그의 말과 리더십을 신뢰하겠는가.

정치개혁도 그렇다. 한나라당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내놓은 개혁법안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다가 비난 여론이 비등하니까 마지못해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갈이도 예외가 아니다. 여러 중진의 용퇴로 물꼬를 트긴 했지만 국민의 기대수준에는 미치지 못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취임 직후였던 지난해 6월 “몇 달 안에 당을 확 바꿔 놓겠다”고 했는데 지금 한나라당이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최 대표는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집권측과 대립각만 세우면 자동적으로 지지세력이 생기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대통령의 실정과 실언으로 얻는 반사이익에도 한계가 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안(代案) 세력으로 거듭나려면 행동으로 말을 구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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