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피맛골 철거공사중 기와-장대석 조선유물 출토

  • 입력 2004년 1월 24일 18시 17분


대형 빌딩 신축을 위해 철거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일대 피맛골(청진 제6재개발 사업지구) 공사 현장에서 조선시대 건축물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들이 발견돼 문화재청이 공사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이동식 문화재청 문화유산국장은 “공사 현장에서 건축용 장대석(長臺石·길게 잘 다듬은 돌)과 기와 조각 등이 출토됐다”면서 “현장 보존을 위한 임시 조치로 20일 서울시에 공사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결정에 따라 공사를 당분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청진동 제6재개발사업지구에서 장대석과 기와 조각 등 유물이 발견돼 20일 공사가 중단됐다. 사진제공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26일 전문가와 문화재위원이 포함된 조사단을 보내 현지 조사를 실시한 뒤 시굴(試掘·정식 발굴 전에 시험적으로 하는 발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시굴에 들어갈 경우 착수에서 보고서 발표에 이르기까지 3개월 정도 걸릴 전망이다.

황평우(黃平雨)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생활사 자료 수집차 18, 19일 세종로 주변을 다니던 중 청진동 제6지구 공사 현장에서 장대석 등을 발견하고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에 ‘매장문화재 발견’ 신고를 했다”며 “이번 공사 중단 결정은 앞으로 도심 재개발공사를 할 때 반드시 문화재 조사를 먼저 실시하는 데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맛골은 1980년대 초반 도심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건물 철거 공사가 시작됐다. 이번에 공사중단 명령을 받은 현장은 터파기 등이 진행 중인 2600여평으로 앞으로 20층짜리 업무 판매용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평민들이 종로통을 지나는 말 탄 권세가들을 피하기 위해(피마·避馬) 지나던 골목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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