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부천 '자격증 메이커' 이 훈씨

  • 입력 2004년 1월 25일 18시 01분


“컴퓨터는 사람이 만든 기계에 불과해요. 괜히 겁먹고 멀리할 필요가 없어요.”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에 사는 이훈씨(45·여)는 ‘자격증 메이커’로 통한다.

국가기술자격증인 정보처리기사와 전자상거래관리사 등 IT(정보기술) 관련 자격증을 무려 64개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 살림을 하며 컴퓨터와 아예 담을 쌓고 지내던 그는 2000년 4월 남편이 운영하는 대형 입시학원이 경영난을 겪자 컴퓨터에 눈을 돌렸다.

그는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입시학원의 규모를 줄이고 컴퓨터학원으로 업종을 바꾸기로 했다. 그는 자격증을 따 강사로 일하며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같은 해 9월 독학으로 인터넷 정보검색사 3급 자격증을 딴 이후 모든 컴퓨터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적지 않은데다 컴퓨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자격증이 손에 들어오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컴퓨터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험에 도전하다 보니 탈락의 쓴잔도 여러 차례 마셔야했다.

그러나 한번 떨어진 시험에 다시 도전해 자격증을 반드시 손에 넣고야마는 집요함 때문에 그의 자격증 수는 점점 늘었다.

지금까지 오피스마스터 등 9개의 국제자격증을 얻었으며 게임그래픽전문가 등 30여개의 자격증도 필기시험을 통과해 최종발표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그는 2002년 합격한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 지식이 아니라 타자를 치는 속도가 당락을 판가름하기 때문에 하루에 10시간 이상 타자연습을 하는 등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자격증은 나이와 성별, 학력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능력만 갖추면 도전할 수 있습니다. 조만간 학벌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기술과 자격증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즘 제품디자인과 실내건축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자유롭게 사이버공간을 넘나들기 위해 각종 외국어능력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생각이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해 원래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문학에 대한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한 드라마 시나리오 공모대회에 ‘청국장과 컴퓨터가 궁합이 맞니’를 응모해 입상하는 등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또 인터넷 사이트에 사이버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사이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100개의 자격증을 손에 넣어 기네스북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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