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손씨는 "2001년 말 박종이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경감이 '국세청 직원 홍모씨를 잘 알고 있으니 인사를 잘 해 달라. 박지원 실장도 홍씨를 잘 알고 있다'고 두차례 부탁해 왔다"고 말했다.
박종이 경감은 썬앤문그룹 세무조사 당시 담당 세무사였던 박종일씨의 친형.
손 전 청장은 "경감이라는 직책이 내게 인사청탁을 할 만큼 높은 자리는 아니지만 박 전 장관의 청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당시 수도권 지역 세무서장이던 홍씨를 서울국세청 조사국 과장으로 발령냈다"며 "박 전 장관에게 인사 청탁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서운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홍 과장은 "손 전 청장의 감세 지시로 썬앤문그룹에 대한 추징세액을 25억원으로 대폭 낮췄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손 전 청장은 이에 대해 "홍씨가 썬앤문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홍 과장은 박 전 경감의 동서와 친구지간이며 박 전 경감은 손씨와 동향으로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온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씨는 또 "김성래(金成來)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은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2개월 내내 거의 매일 국세청 조사국에 들러 직원들에게 점심을 사주고 간식을 돌리며 심지어 직원들 생일까지 챙겨줄 정도였다"고 말했다.
손씨는 그러나 "썬앤문 문병욱 회장이나 김성래 부회장은 2002년 4월 박종일 세무사가 인사차 사무실에 들렀을 때 함께 찾아와 그때 처음 만났으며 5~10분 가량 면담한 게 만남의 전부"라며 "썬앤문 감세와 관련, 외부의 청탁도 없었고 감세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종전 주장을 반복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서울지검이 지난해 6월 손 전 청장을 조사하면서 썬앤문 감세 청탁과정에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와 K의원이 개입됐는지 여부를 추궁했으며 손씨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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