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앤문 재판 진술 엇갈려…500만원 진실게임

  • 입력 2004년 1월 27일 02시 43분


썬앤문그룹측으로부터 1억5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등에 대한 2차 공판에서 김성래(金成來·여·구속)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이 이 전 실장에게 건넸다는 500만원의 행방을 놓고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26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 전 부회장은 “2002년 12월 초 여의도 63빌딩 스카이뷰에서 이 전 실장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고교후배인 국민은행 간부 김모씨를 만나 500만원이 담긴 봉투를 이 전 실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실장은 “김 전 부회장을 만날 생각이 없었으나 김씨가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하도 졸라 함께 약속 장소에 나갔다”며 “김 전 부회장에 대한 첫인상이 나빴고 그가 흰 봉투를 꺼내 전달하려 한 것이 불쾌해 곧바로 자리를 떴다”고 반박했다.

김 전 부회장은 “이 전 실장을 만난 것은 줄을 대기 위해서가 아니라 밑에 있는 어린애들 만나는 감정으로 만난 것”이라며 “희망찬 젊은이에게 내가 무슨 억하심정으로 거짓말을 하겠나. 이 전 실장은 솔직하게 돈 받았다고 깨끗이 시인하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이 전 실장은 대선 직전 문병욱(文丙旭) 썬앤문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시인하면서 “1000만원권 수표 10장을 받아 안희정씨에게 건네며 영수증 처리를 하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며 “대선 당시 기획을 맡은 내가 ‘빛’에 있었다면 자금을 담당했던 희정이는 ‘그림자’ 쪽이었다.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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