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불법 정치자금 17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씨 등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공범인지를 놓고 재판부와 검찰이 법리논쟁을 벌였다.
2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이 전 실장과 안씨를 공범으로 기소한 데 대해 "이 전 실장은 단순히 돈 전달자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검찰이 문병욱(文丙旭) 썬앤문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안씨에게 건넨 이 전 실장을 공범으로 본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
이에 검찰은 "문 회장은 돈의 최종 도착지가 노무현(盧武鉉) 대선후보 캠프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넨 것이기 때문에 사전논의가 없었더라도 관행상 공범관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실장과 안씨가 여러차례 그런 식으로 돈을 조달했다면 관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 같다"며 "대선자금과 관련해 기소된 모든 사건에 검찰이 이 같은 판단을 적용했는데 재검토해보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검찰의 입장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안씨는 43차례에 걸쳐 17억4000만원의 돈을 받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며 "돈을 받을 때마다 '돈 받은 사실을 잊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하면서 받았고 실제로 돈 받은 사실을 잊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2월 19일 오전 11시.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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