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 숲에 사는 이 딱따구리가 매일 새벽 민가에 내려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 그때부터 집 주인 천모씨는 딱따구리가 건물 옥상 아래쪽의 나무판을 쪼아대는 소리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지름 10cm의 구멍이 여섯 개나 생겨 건물까지 훼손된 상태.
오색딱따구리는 보호종이어서 함부로 포획하거나 해를 끼칠 수 없다. 이 때문에 천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딱따구리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기대가 무산되자 최근 동작구청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동작구청도 특별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국조류보호협회에 도움을 청했다. 협회는 새와 집주인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지만 역시 묘안을 찾지 못했다. 협회는 고민 끝에 “처마에 철망을 치면 딱따구리가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 있다”면서 “동작구가 철망을 쳐 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동작구는 “이런 선례가 없는 데다 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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