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갚으려 어린이 입양해 학대…양육지원금 노려

양육지원금을 받아 카드빚을 갚기 위해 방송에 딱한 사연이 보도된 어린 형제를 위탁받아 기르면서 이들을 학대한 2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27일 위탁 양육하는 어린이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아동학대)로 최모씨(29·공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부인 엄모씨(20)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부부는 아이를 위탁 양육하면 매달 53만원의 양육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방송 보도를 보고 400만원의 카드빚을 갚기 위해 지난해 12월 15일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박모군(7)과 박군의 동생(2)을 집으로 데려왔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17일 새벽 박군이 목이 마르다며 잠을 깨우자 빗자루 등으로 마구 때려 머리 전체에 피멍이 드는 상처를 입혔다. 엄씨는 이틀 뒤 박군을 병원에 데려갔으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야 한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그냥 집으로 데려갔다.

또 이들은 20일 오전 박군 형제를 집안에 가둔 채 보일러도 끄고 고향으로 떠나 22일 오후 ‘아이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난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형제는 2박3일 동안 영하 10도 이상의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 했다.

박군은 머리와 얼굴 전체에 피멍이 들어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으며 영양실조증인 동생과 함께 부산시립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박군 아버지(32)는 최근 이혼한 뒤 매달 50만원에 형제를 놀이방에 맡겼으나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11월 아이를 위탁받을 가정을 찾는다며 형제와 함께 모 방송에 출연했다.

위탁양육은 부모가 경제사정 등으로 양육할 수 없는 아이들을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소개받아 일반 가정에서 임시로 보호하는 제도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