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핵심 줄구속]‘정치권 물갈이’ 검찰 손에?

  • 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47분


불법 정치자금이 정치권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각 당은 20∼30명에 달하는 현역 의원들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계속 구속될 경우 그 파장이 정치권 전반의 판도변화까지 가져올지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나라당=한나라당은 변화의 파도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비리 연루자 배제’를 공천 심사의 핵심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이 때문에 구속된 김영일 최돈웅 박주천(朴柱千) 의원과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는 서청원 전 대표와 신경식(辛卿植) 박상규(朴尙奎) 의원 등 10명 이상의 현역 의원이 자연스럽게 공천에서 탈락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26일 한나라당은 부산 경남 대구 울산 지역의 공천 서류심사를 하면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운 현역 의원 3, 4명을 비리 연루 개연성을 이유로 들어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비주류의 수장인 서 전 대표마저 구속될 경우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당내 장악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최 대표가 26일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당 내 주류-비주류간 갈등설과 관련, “5, 6명을 제외하곤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한 것도 검찰 수사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가 지칭한 ‘5, 6명’은 서 전 대표 계보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이라는 게 당 내 분석이다.

이에 따라 서 전 대표 계보가 이번 총선 공천에서 대거 탈락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 최 대표가 구상하는 ‘총선 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 당 내 대권주자 후보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총선 공약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열린우리당=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최근 당 윤리위원회 내에 비리 혐의 연루 의원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위한 실무팀을 발족시켰다.

이는 비리 연루자를 공천 심사 이전 단계에서 걸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물갈이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창복(李彰馥) 윤리위원장은 “총선에 출마하려는 모든 사람들이 조사 대상인 만큼 (비리 의원 퇴출 문제도) 자연스럽게 다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구속된 정대철(鄭大哲) 의원과 형사처벌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상수 의원, 이재정 전 의원 등 정 의장 체제 출범 이전 지도부가 공천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 당 내 개혁세력에 맞설 유일한 세력으로 거론되는 민주화운동권 출신 의원들도 당분간 지도부의 당 운영 방침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사법처리됐거나 검찰 조사 대상인 전현직 의원(27일 현재)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
김영일 박명환 박주천 박재욱최돈웅(이상 구속) 서청원 (사전구속영장 청구) 신경식 박상규(검찰 소환 예정) 김진재 도종이(검찰 조사 중)박주선 이훈평(이상 구속)김운용(사전구속영장 청구) 박병윤(검찰 소환 예정)정대철 송영진(이상 구속) 이상수 이재정(사전구속영장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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