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27일 오전 서울 청계천 철거 용역업체 직원과 시공사 직원, 경찰 등 3100여명을 동원해 종교단체인 한국천부교(신앙촌)의 반대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기장하수종말처리장 예정부지인 기장읍 신천리 일대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천부교 신도 100여명과 충돌해 신도 25명과 용역업체 직원 일부가 중경상을 입었다.
천부교 측은 이와 관련해 ‘성지(聖地)’인 예정부지를 끝까지 지키고 극한 대립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될 때까지 수개월간 경비용역업체 직원 100여명과 경찰을 이 곳에 상주시킬 예정이다.
▽사업개요=시는 기장군 일대에서 발생하는 하루 2만7000t의 하수를 처리하기로 하고 1994년 기본설계를 완료한 뒤 2000년 하수처리장시설 도시계획시설을 결정 고시했다. 건립 예정부지인 신천리 일대 9194평은 천부교 측 부지가 72% 정도.
시는 2002년 8월 롯데건설 컨소시엄과 공사계약을 마쳤으나 천부교 측의 공사 반대로 1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이 부지는 지난해 1월 토지수용 재결을 거쳐 현재 소유자는 시로 변경됐다.
시는 총 58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05년 8월 하수처리장을 완공할 예정이나 이번 사태로 준공이 1년 정도 늦춰질 것으로 우려된다.
▽천부교 입장=성지인 이 곳에 하수종말처리장을 건립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하수종말처리장을 기장군 일광면 삼성리 일대로 변경하면 추가 설계비용 25억여 원을 부담하겠다는 건의문을 시 건설본부 등에 제출하기도 했다.
천부교 측은 “현 건설 예정부지는 상습침수지역인 데다 기장군청 및 식품공장과 가까워 각종 민원의 소지가 크다”며 “추천 입지는 시가지에서 떨어져 있어 처리수 배출 등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전망=총 3차례 공권력을 투입한 시는 “입지를 변경할 경우 오수펌프장 및 관로 추가 설치 등 유지비용이 높아져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변경 부지 주민들의 민원도 예상되는 만큼 계획대로 예정 부지에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장지역 시민단체 및 주민들로 구성된 기장하수처리장 조기건립추진대책위원회는 하수처리장의 조속한 건설과 천부교 측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는 천부교 측과 대화를 계속하되 과격하게 방해하는 신도 등에 대해서는 고소 고발할 방침이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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