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제를 고민하며 사무실을 열거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책에 담아낸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앞선 때문이다.
특히 김태호(金台鎬·43) 거창군수가 설을 앞두고 개최한 출판기념회는 뒷말이 무성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위법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행사 장소는 거창에서 멀리 떨어진 창원의 한 특급호텔. 1500명 이상의 참석자와 화려한 무대 치장, 요란스런 진행 등도 일반 출판기념회와는 달랐다.
거창 주민을 실어 나른 관광버스는 20여대. 거창군의원들도 ‘군수님’ 행사에 줄줄이 따라 나섰다. 거창군청 일부 공무원은 연가를 내고 참석했다.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 의원은 축사에서 “여러분을 보니 거창군을 솔빵(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 군수의 그간 행보로 미뤄 출판기념회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6월 10일)의 ‘출정식’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그는 “역량이 모자라고, 더 수련을 해야 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런 뒤 “앞으로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믿음을 달라”고 덧붙였다. 정확한 입장표명은 미룬 셈이다.
한 참석자는 “다른 출판 기념회도 이렇게 거창하느냐”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명문대를 나와 도의원 등을 지낸 김 군수는 이른바 ‘차세대 지도자’로서의 조건은 갖췄다는 평가다. 뛰어난 화술과 깔끔한 매너 역시 그를 돋보이게 한다.
다만 이날 김 군수가 언급한대로 우리는 지금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다.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대중 집회에 버금가는 행사를 연 이유는 그래서 수긍하기 어렵다. ‘자가 발전’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
김 군수가 더 큰 지도자를 꿈꾼다면 ‘고비용’과 ‘세몰이’ 등 구태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군정(郡政)도 야무지게 챙겨야 한다.
정치철학과 행동이 걸맞아야지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차세대 지도자를 자임하는 것은 곤란하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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