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수감된 김운용 '비리 백태'

  • 입력 2004년 1월 28일 14시 35분


27일 배임 수재, 횡령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운용(金雲龍)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은 세계 태권도 연맹과 국기원, 세계경기단체총연맹(GAISF) 등 자신이 오랜 기간 기관장으로 몸 담았던 단체를 '개인 금고'처럼 운용하며 38억 40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위원장은 또 IOC 부위원장, 대한체육회장, 세계태권도 연맹 총재 등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양한 인사들로부터 모두 8억 1000여만원을 받은 사실도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주머니 돈이 쌈짓돈?=김 부위원장은 73년부터 30년 넘게 총재로 재직한 세계태권도연맹 공금을 해외 사업비로 지출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하거나, 후원금으로 받은 돈을 입금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횡령했다. 검찰 조사로 밝혀진 횡령 액수만 26억 6000여만원에 이른다. 김 부위원장은 이 돈으로 자신의 생일 파티 식대로 수천 만원을 사용하고, 아들의 변호사 비용으로 1억 7000여만원, 97년부터 6년간 개인 비서 급여로 4억 8000만원을 사용했다.

김 부위원장은 72년부터 원장으로 몸 담고 있는 국기원에서도 2001년 이후 6억 6000여만원을 횡령했고, 86년부터 총재를 맡고 있는 GAISF에서도 3억원을 챙겼다. 김 부위원장은 횡령한 돈으로 부인의 상해보험료로 260만원, 딸 피아노 연주회 입장권 구입비 명목으로 450만원을 쓰고, IOC 위원장 선거 비용으로도 수천 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투' 이용 거액 수수=김 부위원장은 2001년 부산 동성여객 대표 이광태씨(구속)로부터 대한올림픽위원회(KOC)위원 선임에 대한 감사표시로 1억3000만원을 받았다. 아디다스코리아 대표 김현우씨로부터는 대한체육회 후원업체 및 세계태권도연맹 공식공인 업체로 지정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97년부터 2002년 1월까지 13차례에 걸쳐 6억1000여만원을 수수했다.

이 과정에서 김 부위원장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후원업체 계약이 만료돼 가니 재계약을 할 것이냐'고 물은 뒤 김씨가 재계약을 희망하자 '1장을 준비해 만나자'고 해 1억원을 받는 등 직접 돈을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또 2001년에는 스포츠의류 업체 훼르자로부터 '대한체육회 스포츠의류부문 공식공급업체로 지정해 주면 IOC위원장 선거 후원금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고는 대한체육회 간부를 통해 3만달러를 받기도 했다.

신상규(申相圭) 서울지검 3차장은 "스포츠 외교나 국익 등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았지만, 드러난 부분이 많아 구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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