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 국립대 설립 물건너 가나

  • 입력 2004년 1월 28일 20시 42분


울산의 숙원사업인 국립대 설립이 청와대의 수용불가 입장표명과 지역 인사의 여당 영입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청와대 박봉흠(朴奉欽) 정책실장은 27일 청와대를 방문한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과 김철욱(金哲旭) 울산시의회 의장, 고원준(高源駿) 울산상의 회장 등으로부터 국립대 설립 요청을 받고 “현재 국립대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울산에 국립대를 설립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대신 울산의 특성에 맞게 산업자원부가 전액 출연하는 산업기술대학(4년제)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시장 등은 “연구기능을 수행할 4년제 종합 국립대가 아닌 산업체 기능인력 양성이 목표인 산업대학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국립대 설립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울산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청와대 면담 추진 과정에서 이미 예견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와대 면담이 처음 거론된 것은 20일 오후.

정부는 지금까지 울산시를 파트너로 국립대 설립방안을 논의해왔지만 이번 연락창구는 울산시가 아닌 열린 우리당 입당이 결정된 울산상의 고 회장이었다.

특히 27일 오후 2시반으로 예정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면담이 무산되자 “박 시장과 김 의장 등 ‘눈독’을 들여온 한나라당 소속 울산지역 주요 인사들이 우리당 입당을 거부한데 대한 불쾌감의 표시”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국립대 설립 명분으로 박 시장 등을 회유하려는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 실장은 청와대 방문을 마치고 울산에 도착한 고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안보관련 장관회의 참석 때문에 만나지 못했으며, 조만간 국립대 설립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서라면 청와대를 다시 방문하겠다”며 “대통령 면담을 여당 입당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에는 대학이 3개(4년제 한 곳)에 불과해 매년 1만3000명의 대학진학 희망자 가운데 7800여명(60%)이 타지로 진학하고 있어 1992년부터 국립대 유치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