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구형한 징역 5년, 추징금 150억원에 비해 추징금 액수가 늘어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권의 실세라는 지위를 이용해 금강산관광사업으로 연 100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현대로부터 청탁과 함께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받아 이 중 50억원을 착복까지 하려 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의 진술조서와 돈을 세탁한 김영완(金榮浣·미국 체류)씨 자술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며 내용도 신빙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돈 전달에 개입한 인사들의 출입국 기록상 피고인이 2000년 3월 중순∼4월 초 5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이번 사건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 검찰과 변호인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었다. 특히 변호인은 “정 전 회장은 사망했고 김영완씨와 김충식 사장은 해외체류 중이어서 이들의 검찰조서나 진술서만으로는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해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됐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사망, 외국 거주 등의 이유로 관련자들이 진술할 수 없을 때에는 미리 작성된 조서나 진술서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이들의 조서와 진술서는 범행에 가담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어 믿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기소 당시 권씨와 김영완씨의 공모 일자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는 변호인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만으로도 두 사람의 공범관계는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에 출석한 권씨는 공판 분위기가 유죄 쪽으로 흘러가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으며 선고 내내 체념한 듯 혀를 차거나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황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도중 갑자기 방청석을 향해 “(정 전 회장 등과) 만난 적도 없는데 만났다고 하네”라고 말했으며 선고 후에도 “이건 아니다. 하늘도 알 것이다”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황 부장판사는 판결을 시작하기 전 “재판부는 신이 아니므로 진실을 전부 알 수는 없으며 오직 증거만으로 판단했다”면서 “오늘 이 판결이 오판이 아니기를 기도하면서 선고하겠다”고 말해 고심한 흔적을 내비쳤다.
권씨는 2000년 3월 현대측으로부터 “선상 카지노 및 면세점이 허가되도록 부탁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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