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팔복동 ‘함씨네 토종콩 종합식품’ 사장 함정희(咸定姬·52·여)씨는 ‘토종콩 전도사’다. 함씨는 2001년 9월 한국양명회 안학수 박사의 토종 콩에 대한 강연회를 듣고 100% 국산 콩만 사용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는 기업으로선 생산원가를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한동안 고민했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은 수입 콩보다 5, 6배나 비싼 토종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선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극구 말렸다.
하지만 함씨는 ‘내 아이들에게 언제라도 마음놓고 먹일 수 있는 두부를 만들자'는 생각에 토종 콩으로만 두부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직원 8명과 함께 수입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연간 5억∼6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두부공장 사장인 남편으로부터 공장 운영을 넘겨 받았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기존 거래처는 모두 끊겼다. 모아 둔 전 재산도 날렸다.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취하하는 가정불화를 겪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함씨네 두부는 420g 한 모에 무려 4000원이나 한다. 일반 두부보다 3∼8배 비싸지만 그 이하 값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일반 소비자들이 손쉽게 사먹기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함씨는 공장을 견학오는 사람들에게 창고 문을 열어 준다. 실제 사용하는 원료인 토종 콩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라는 것. 시중에 100% 국산 콩만을 사용한다는 콩 제품이 적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을 조사한 광주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구청 위생계, 농산물품질검사소 직원들이 이모저모를 꼼꼼히 따져본 뒤 함씨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
지난해 개발한 ‘청국장 강정’과 ‘청국장 환’ ‘청국장 가루’ 등은 그녀에게 새로운 힘을 주고 있다. 청국장 강정은 날청국장을 말려 냄새를 없앤 뒤 부숴 찹쌀 조청에 버무린 것. 청국장 환과 청국장 가루는 날로 먹을 수도 있다.
함씨는 지난해 말부터 친환경식품 유기농 매장인 초록마을에 납품을 시작했고 2월부터 롯데백화점에 물건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전주 풍남중과 전일중은 학교 급식으로 함씨네 두부를 이용하고 있다.
“3년간 계속 적자를 내고 있어 아직은 힘들지만 내 뜻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것이 희망입니다. 우리 콩이 되살아 날 때 우리 자녀와 이웃의 건강이 살아난다는 믿음으로 토종콩 음식을 식탁에 올리겠습니다.” 연락처 063-211-7955. www.hamssine.net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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