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대학 "등록금 올려야 하는데…"

  • 입력 2004년 1월 29일 23시 29분


신학기를 앞두고 대구와 경북지역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줄다리기가 올해도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동결을 주장하는 반면 대학 측은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가톨릭대가 수차례 협상 끝에 지역 대학으로서는 가장 먼저 학생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28일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다.

학기당 등록금은 220만원(인문계열)∼360만원(의약학계열) 선이다.

그동안 등록금 인상에 일종의 담합을 보여 온 지역 대학들은 대구가톨릭대의 동결 방침이 대학가에 ‘동결 바람’을 몰고 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김수업(金守業) 총장은 “불황과 취업난으로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다는 학생들의 주장을 충분히 고려했다”며 “학교로서는 인상요인이 있지만 학교경비를 최대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학생들은 “학교 발전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북대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경일대 등 지역대학들은 학생회와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이 팽팽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남대는 신입생들에게 10% 인상된 고지서를 이미 발송했다.

대학들이 5∼15% 정도의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들고 있는 것은 교직원 인건비 상승과 신규 채용, 시설투자 등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학생들의 주장을 외면할 수도 없고 해서 이만저만 난처한 게 아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 측이 등록금을 인상해 학교살림을 꾸려가려는 발상을 이제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구 경북지역 50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지역대학교 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학교행정에 비효율적인 부분을 줄이고 특성화를 통해 외부 연구비를 따내는 등의 노력보다는 등록금부터 올리자는 식”이라며 “등록금 및 기성회비 책정 등 학교 예산 과정에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공립대에 비해 사립대는 등록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인상 협상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국고 지원이 적은 사립대는 사정이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국립이든 사립이든 대학 운영을 학생등록금에 의존하는 방식은 극복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대가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하는 ‘휴양레저형 캠퍼스’ 구축 계획은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 운영을 개선하자는 첫 시도이다.

학교부지 120만평에 체육시설과 호텔레저시설 등을 외부자본을 유치해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대구대 이재규(李在奎) 총장은 “학생수 감소가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등록금 의존형 대학 운영은 이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중국대학이나 캠퍼스에 다양한 휴양시설을 마련한 미국대학들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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