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이 천사]<5>포천 여울회…'사랑의 빵' 봉사 5년째

  • 입력 2004년 1월 3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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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 봉사단체인 ‘여울회’ 소속 회원들이 29일 오전 포천여성회관 조리실에서 ‘사랑의 빵’을 구워내고 있다. -포천=박영대기자
경기 포천시 봉사단체인 ‘여울회’ 소속 회원들이 29일 오전 포천여성회관 조리실에서 ‘사랑의 빵’을 구워내고 있다. -포천=박영대기자
29일 오전 10시 경기 포천시 군내면 포천여성회관 조리실. 이 지역 봉사단체인 ‘여울회’ 소속 주부 10명이 모였다.

주부들이 앞치마를 두르는 사이 20kg짜리 하얀 밀가루 한 포대가 반죽기에 부어졌다. 주부들은 설탕 우유 마가린 물 버터 베이킹파우더 등 각종 재료의 무게를 재고 이를 반죽기에 붓느라 분주했다. 반죽이 끝나자 맨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조금씩 떼어내 작고 동그란 빵 모양을 만들었다.

오후 1시경 뜨거운 오븐 안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노릇하게 구워진 빵 수십 개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을 반복하기를 몇 차례. 오후 5시경 드디어 카스텔라 야채빵 등 모두 760개의 빵이 완성됐다. 7시간 가까운 작업 탓에 주부들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먹음직스럽게 완성된 빵을 보면서 표정이 더 환해졌다.

이 빵은 곧 포천시 일대 복지시설로 배달됐다. 무의탁 노인이나 고아,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시설들이다. 복지시설에서 사는 사람들은 평소 간식거리가 그다지 풍족하지 않은 탓에 여울회가 전해주는 빵을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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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회 회원들이 처음으로 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8년 11월. 이후 매달 한 번씩 모여 ‘빵 나누기’ 봉사를 시작했으니 이번이 벌써 63번째 만남이다.

빵 만들기는 이 모임 총무 박영자씨(45)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시 주부 자원봉사자로 어려운 사람들을 상담해주던 그는 ‘배고프고 힘든 사람에게는 상담보다 먹을 것을 마련해 주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함께 빵을 만들 회원들을 모집했다. 마침 박씨가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워둔 덕에 이들이 만든 빵은 여느 제과점 빵 못지않게 맛이 근사하다.

빵을 직접 만드는 것은 전업주부인 여울회 회원들이지만 매달 수백 개의 ‘사랑의 빵’이 만들어지고 복지시설까지 전해지는 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작은 정성이 더해진다.

우선 빵 만드는 장소인 포천여성회관 조리실은 포천시 사회복지과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와 설탕은 포천 에덴상회 주인 조준원씨(53)가 제공한다. 조씨는 여울회 외에도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몇몇 봉사단체에 꾸준히 재료를 대고 있다.

만들어진 빵을 배달하는 일은 이 지역 자율방범대원들이 맡는다. 빵을 받는 11개 시설이 서울보다 훨씬 넓은 포천시 전역에 퍼져 있어 배달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동면에 있는 실로암소망원에서 소흘읍 정혜원까지는 차로 1시간40분이나 걸린다.

1999년 봄부터 가산파출소 자율방범대원 장성용(36), 정윤택씨(35)가 방범대가 쓰는 미니버스에 빵을 싣고 배달에 나섰다. 장씨는 “빵을 받고 즐거워하는 장애인들의 웃음을 볼 때 고맙고 기분이 좋다”며 “힘닿는 데까지 배달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런 여러 사람들의 참여가 5년 넘게 이어온 빵 나누기 봉사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재료 대 주시는 분, 한 달에 몇 만원씩 보태 주시는 분, 빵 만드시는 분, 배달해 주시는 분…. 조금씩 힘을 보태 어려운 분들에게 간식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보람을 느껴요. 그래서 모두들 오랫동안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답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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