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영화로 뜨는 '말죽거리-효자동'…과거와 현재

  • 입력 2004년 1월 30일 18시 56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배경인 서울 서초구 양재1동의 말죽거리. 서초구에서 세운 비석이 보인다. -박주일기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배경인 서울 서초구 양재1동의 말죽거리. 서초구에서 세운 비석이 보인다. -박주일기자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와 아직 개봉 전이지만 송강호, 문소리가 출연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효자동 이발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제목에 서울의 지명이 들어가 있으며 1960, 7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 그러나 배경이 된 두 동네의 현재 모습은 딴판이다. 말죽거리는 옛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지만 효자동은 거의 옛 모습 그대로다.》

▼말죽거리▼

말죽거리 잔혹사는 유신시절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학원 액션물. 배경이 되는 말죽거리는 현재 지하철 3호선 양재역 부근이다.

말죽거리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제주도에서 올려 보낸 말을 서울로 보내기 전에 이곳에서 손질하고 말죽을 쑤어 먹였기 때문에 붙었다는 설과 조선조 ‘이괄의 난’ 때 피난 가던 인조가 말 위에서 팥죽을 먹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영화 속에서 강남으로 전학 온 현수(권상우 분)는 “강남의 땅값이 엄청나게 오를 거라는 엄마의 말 때문에 이곳으로 이사왔다”고 말한다.

실존 인물이라면 현수네는 부자가 됐을 것. 1950, 60년대 후반 한 평에 수십원 하던 땅이 현재 주거지역은 평당 1300만∼1500만원, 상업지역은 3000만원이 넘을 정도로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서초구청이 위치해 있고 ‘부의 상징’처럼 돼버린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가까워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 중 한 곳이다.

당시 경기 시흥군이었던 말죽거리에서 나고 자란 안상철씨(68)는 “어릴 적엔 논밭뿐이었는데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가 생기면서 땅값이 마구 올랐다”며 “아들의 말에 의하면 당시 말죽거리 부근 애들이 영화에서처럼 싸움 좀 했다더라”며 웃었다.

▼효자동▼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배경이 되는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조용한 주택가 전경. -박영대기자

5월 개봉을 앞둔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배경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 효자동은 청와대가 있는 동네로 알려졌지만 사실 청와대는 행정구역 상 청운동이고 효자동은 바로 옆 동네다.

조수완(趙秀完) 효자동장은 “이곳에 살았던 조선시대 대학자 조원(趙瑗)의 두 아들이 효성이 지극해 나라에서 이를 기리는 문을 세워줬고 이 문이 예전에 효자동 100번지에 있어 효자동이라 불리게 됐다”고 말했다.

효자동은 청와대와 가깝고 경복궁, 인왕산과도 인접해 7층 높이까지만 건물을 세울 수 있다. 때문에 높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고 상업지역도 없는 조용한 동네다. 지금의 주택가도 일제강점기 때 구획 정리된 그대로의 모습일 정도.

영화 속에서 이발사 성한모(송강호 분)는 소심하고 평범한 이발사지만 청와대 주변에 산다는 이유로 4·19혁명, 5·16군사정변 등 격동의 현대사 현장에 서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대통령의 이발사가 된다. 평범한 이발사인 그가 ‘그분’의 머리를 깎는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된 것. 그래서 효자동에는 ‘평범함’과 ‘권력’이라는 상반된 두 의미가 있다.

효자동 터줏대감인 이종대씨(69)는 “6·25전쟁 때의 시가전과 4·19혁명 때 학생들이 몰려오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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