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10명중 8명…“의사에게 직접 듣고싶다”

  • 입력 2004년 2월 1일 19시 10분


완치를 기대하기 힘든 말기 암 환자에게 병의 상태를 알려야 할까 알리지 말아야 할까. 만약 알린다면 누가 말하는 게 좋을까.

국립암센터 삶의질향상연구과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7개 병원 의료진과 공동으로 암 환자 380명과 가족 2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환자의 96.1%, 가족은 76.9%가 즉시 통보를 원했다고 1일 밝혔다.

특히 환자의 80.5%가 가족보다는 의사에게 통고를 듣고 싶어 하는 것으로 응답해 ‘의사보다는 가족이 발병 사실을 알려야 덜 충격적이어서 바람직하다’는 통념과는 달랐다.

반면 보호자들의 51.5%는 의사가, 44.5%는 가족이 통보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통보시기에 대해 환자는 72.5%가 ‘진단 즉시’라고 밝힌 반면 가족은 54.7%가 ‘점진적으로’ 밝히기를 원했다.

통보를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 환자는 ‘여생 준비’(33.5%),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24.7%), ‘치료 협조 및 주의’(19.9%) 순으로 응답했다. 가족은 ‘치료 협조 및 주의’(32.1%), ‘여생 준비’(29.8%), ‘환자의 알 권리’(26.5%) 순으로 꼽았다.

삶의질향상연구과 윤영호 과장은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서양과 달리 동양사회에서는 가족의 의견을 중시하므로 지금까지 암 발병 통고도 가족의 판단에 맡기는 것을 당연시했다”면서 “이번 조사는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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