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른도 벌기 힘든 1000만원을 12살 된 어린이가 모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 대견한 여학생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린다. 세상 사람들은 책에 소개된 저축의 과정보다 그저 ‘청소년이 큰돈을 모았다’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기 때문이다.
중학생 조카에게 저축한 돈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조카는 “요즘 여학생이 1000만원을 모았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반 학생들 사이에 신경전이 대단하다”고 했다. 무턱대고 참고서와 학용품 살 비용을 아끼려 하고 심지어 남의 돈을 빼앗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는 묻지 않고 ‘얼마를 벌었느냐 또는 모았느냐’만 따지는 잘못된 사회 풍토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화제의 그 여학생은 일곱 살 때부터 용돈 관리를 시작했다. 스스로 용돈을 관리하며 벼룩시장을 이용해 물건을 사고파는 등 올바른 소비가 어떤 것인지 배워 왔다는 것이다.
재산이 얼마인지를 묻기에 앞서 ‘어떻게 돈을 벌었고, 또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따지고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단한 노력 없이 큰돈을 모으겠다는 것은 ‘로또 당첨’을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제대로 돈 쓰는 법을 모르고서야 그 돈을 모을 이유도 없지 않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빼놓고서야 무슨 얘기를 해도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돈에 대한 얘기들이 좀 건강하고 품격 있는 것이 됐으면 좋겠다.
장은숙 회사원·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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