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시장 문건은 언제부터 작성됐나?

  • 입력 2004년 2월 5일 09시 16분


120여장 분량의 공책 4권, 70여장의 편지지, 그리고 메모지 10여장.

지난 4일 새벽, 수감 중이던 부산구치소 감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상영(安相英·65) 부산시장이 남긴 유서와 일기 형식의 글은 언제부터 작성됐으며,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까.

안 시장이 남긴 유서 8장은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올 1월 16일까지 한 달사이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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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검 관계자는 "안 시장이 날짜를 기록하기 시작한 12월 17일과 마지막으로 날짜가 적힌 1월 16일이 자살을 결심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자살 동기가 불명확해 5일 오전 안 시장의 측근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추측은 부인 김채정씨에게 처음으로 유서 형식의 편지를 남긴 것이 12월 17일이라는 점과 안 시장이 마지막으로 날짜를 기록한 다음 날인 1월 17일 오전,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뇌혈전증으로 의식을 잃고 인근 삼선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안 시장은 두 번째 뇌물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또 "문건에는 '몸이 아프다', '유죄가 될 것 같다', '검찰이 한쪽 말만 듣고 나를 몰아 넣는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으며, 언론에 보도된 정치권에 대한 이야기와 부산시민들에게 남기는 말 등은 다소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차에 걸친 보석신청이 거절되고, 부산 동성여객 사장 이광태씨 등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사실이 최근 추가로 드러나면서 심리적 압박감이 심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4일 오후 유족측에 넘겨진 유서와 기록들의 완전 공개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를 맡은 부산지검 이철희 검사는 "유족측에게 원본을 모두 전달했고, 우리는 사본을 분석 중"이라며 "안 시장이 남긴 공책과 편지에는 유족으로서 공개하기 어려운 가족 내부의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보좌관도 "유족들이 당 관계자들에게도 내용을 밝히기 꺼려하고 있다"며 진상조사의 어려움을 나타냈고, 안 시장의 한 측근도 "5일 오전 유족들과 상의한 후 일부 내용을 발췌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故안상영 부산시장 유서전문 공개

부산=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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