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안상영 부산시장 장례식장 이모저모

  • 입력 2004년 2월 5일 09시 27분


▷[5일 상황]이회창씨 빈소방문 "아까운 일꾼" 애통

0… 5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는 고(故)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을 방문, 유가족을 위로했다.

오전 비행기편으로 부산에 내려가 정오께 빈소에 도착한 이 전 총재는 안 시장의 영정앞에서 분향에 이어 굳은 표정으로 짧게 묵념한 뒤 안 시장의 부인인 김채정 여사의 두손을 부여잡고 위로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구내식당에서 오거돈(吳巨敦)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만나 "참,참"이라며 한참동안 입을 열지 못하다 "안 시장은 부산경제가 어렵고 희망이 없다고 할 때 시장이 돼서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런 비극으로 가게 돼서 정말 가슴이 아프고 당으로서도 큰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안 시장을 만날 때마다 힘이 생기더라. 늘 자신감이 차있고 국가적으로 크게 쓰일 사람이었다"며 "안 시장같은 일꾼은 나라를 위해서 더 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오 시장 권한 대행과 10분가량 환담한 뒤 '안 시장 죽음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됐다"며 대답을 피한 채 빈소를 빠져나가 비행기편으로 곧장 상경했다. 한 측근은 "안 시장 유족 조문은 이 전 총재가 개인적으로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문에는 김진재(金鎭載) 김형오(金炯旿) 권철현(權哲賢) 김용갑(金容甲)허태열(許泰烈) 도종이(都鍾伊) 서병수(徐秉洙) 등 부산·경남지역 의원들과 이종구언론특보, 유승민 전 여의도연구소장 등이 동행했다.

▷문재인 수석 "너무도 황망한 일" 위로

0…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5일 故안상영 부산시장 빈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노무현대통령을 대신에 유족에게 조의를 표했다.

이날 오후 3시10분경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도착한 문수석은 빈소를 지키고 있던 안시장의 부인 김채정씨(65)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김씨는 "병실에 실려갔을때 다섯번을 흔들어도 못알아보는 사람을 꾀병이라고, 짜고 했지 않냐고... 그렇게 보석을 안해줘서 결국 이지경이 되었다"며 문수석에게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문수석은 "정의가 힘이 되지 못했다"며 "저희도 너무 황망한 일이라서 무슨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수석은 "대통령께서도 너무 가슴아파 하시고, 각별히 조의를 표하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홍사덕 총무 "인권을 잊은 이 사건은 살인" 비난

0… 5일 故안상영 전부산시장의 빈소를 찾은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는 "저희당이 죄가 많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유족을 위로한 뒤 "70이 다된 노인이 무슨 탈출이라도 할까봐 호송차에서 7시간씩 수갑을 채워 서울과 부산을 왕복했다는것은 도저히 용서할수 없는 일"이라며 "이 정권은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경 소속의원 22명과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한 홍총무는 "그런 지경을 당하면 아무리 모진 마음을 먹더라도 견디기 힘들었을것"이라며 "그래서 이 사건을 살인이라고 하는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문을 마친후 임시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가진 박진대변인은 "안상영 부산시장의 죽음에 대해 "충격과 비통함을 금할수 없다"면서 "400명 부산시민을 비롯해 전국민과 함께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박대변인은 "정치적 변절을 강요하고 온갖 협박과 회유, 그것도 모자라 70 노령의 부산시장을 뼈속까지 시리는 구치소에서 스스로 고통속에 목숨을 끊게 한것은 자살이 아닌 명백한 권력에 의한 타살"이라고 구정하고 "우리 한나라당은 상상할수도 없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일어난데에 대해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노무현 정부에게 물을것 이라고 말했다"

박대변인은 "안시장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직접 도와달라고 수차례 이야기를 하는등 정신적 압박을 가한 증거가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확대할 의도는 없다"고 대답했다.

또 박대변인은 "안시장 사건이 처음 나왔을때 왜 당차원에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는가"라는 지적에 대해 "구속수사중에도 안시장의 혐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자살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4일 상황]"떡을 만들면 떡고물이 생기기 마련인것을…" 지인들 애도

0…4일 오후 9시, 밤이 깊어지면서 고 안상영 시장의 시신이 안치된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뜸해진 가운데, 개인적인 친분을 가진 몇몇 조문객들이 찾아와 눈물을 흐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빈소 밖에서 조용히 합장을 하고 유족들에게 인사도 없이 돌아선 정연석(67)씨는 안 시장의 고등학교 동기였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도 함께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정씨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정씨는 "부산시 곳곳에 안 시장의 정이 안느껴지는 곳이 없는데…, 떡을 만들면 어떻게든 떡고물이 생기기 마련인 것을 이렇게 정치적으로 덤비니까 사람이 견디지 못하고 이런 길을 택한 것 아니냐"면서 "하도 눈물이 나서 영정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한 건설현장 근로자가 빈소를 찾아 오열

▷공장근로자 "감자튀김 좋아하셨었는데…" 통곡

0…안 시장의 영정 앞에는 장례식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감자튀김' 한 접시가 놓여져 있다. 오후 10시경 건설현장에서 일한다는 30대 남자가 비닐봉지에 담아가지고 온 '감자튀김'은 안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술안주.

그는 "평소에 우리 공장을 자주 찾아오셔서 수고한다고 격려하시고, 함께 맥주도 마시곤 했다"면서 "술을 마실때 얼마나 감자튀김을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라며 통곡했다.

0…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안 시장의 빈소에는 불교TV가족 염불공양회 소속 신자 30여명이 방문해 1시간 가량 염불공양을 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택시기사 "배신안해 자살로 몰아진것 아닌가" 반문

0…기자를 태우고 장례식장에 왔다가 빈소까지 찾아온 택시기사 배모(66·부산 해운대구)씨는 "두번이나 노 대통령이 도와달라고 했는데 그걸 거부하니까, '너 한번 당해봐라'한 것"이라고 항간의 소문을 전한 뒤 "요즘 3억이 비리에나 끼냐, 안 시장이 노대통령 말 듣고 열린우리당 갔으면 구속도 안됐을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나라당 공천으로 두번이나 도지사를 한 김혁규를 쏙 빨아가버리고, 안 시장까지 저래 됐으니 이번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은 별 볼일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합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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