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여권 자치단체장 빼가기 혈안”

  • 입력 2004년 2월 5일 18시 52분


야권 3당은 5일 한나라당 소속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자살을 계기로 여권의 ‘야당 단체장 빼가기’ 시도를 ‘지방자치와 정당정치 파괴’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영남권=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이뤄진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의 열린우리당 입당 이후 노골화되고 있는 여권의 야당 단체장 접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김 전 지사 본인은 부인하지만 여권이 개인적인 문제를 갖고 ‘딜’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의근(李義根) 경북지사와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에 대한 여권의 영입작업이 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지사의 경우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강철(李康哲) 전 외부인사영입추진단장이 직접 면담하며 탈당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이 때문에 이 지사와 수시로 전화 접촉을 갖고 당 잔류를 설득해 주저앉혔다는 후문이다.

박 시장에 대해서도 이 사무총장은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열린우리당 박양수(朴洋洙) 사무처장이 김 전 지사를 앞세워 박 시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고 영입작업이 거의 다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에 대한 여권의 영입작업의 근거에는 지난달 27일 박 시장의 청와대 방문뒤 노 대통령이 국립대 설립 선물을 안겨준 것도 포함된다.

실제 영남권의 한 노 대통령 측근은 최근 “광역단체장 1, 2명은 더 넘어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이 전 단장은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의원과도 접촉해 영입 의사를 타진했으나 박 의원이 강력히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호남권=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구속된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도 여권의 탈당 압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당직자는 “구속 3일 전 박 시장 집무실로 신년인사를 갔더니 박 시장이 ‘유신시대에도 정치를 한 사람’이라고 애써 의연한 표정을 보이면서도 눈물을 글썽였다”고 전했다. 이 당직자는 열린우리당 박 사무처장이 “호남권 단체장들은 무소속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운을 뗀 직후 박 시장이 구속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박태영(朴泰榮) 전남지사의 보좌관이 최근 구속된 것도 민주당측은 일종의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강현욱(姜賢旭) 전북지사도 지난달 21일 전주를 방문한 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의 입당 권유를 받고 거취 표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수석부대변인은 “남이 쌓아놓은 것을 도둑질하고 빼앗아서 뭘 하겠다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스스로 부도덕한 사이비 개혁주의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충청권=자민련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충남지역의 한 기초자치단체장을 집무실로 방문해 면담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한나라당 소속 이시종(李始鍾) 전 충주시장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전격 입당한 것도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전 단장은 “충북은 완전히 열린우리당으로 정리됐다”고 공언할 정도다.

지난달 중순 열린우리당 소속이 된 김 전 경남지사가 자민련 소속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를 면담하고 정 의장이 한나라당 소속 염홍철(廉弘喆) 대전시장을 만난 것도 여권의 전방위적인 자치단체장 빼내기의 일환이라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확신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자발적 입당일뿐"▼

여권은 야당의 지방자치단체장 강제 차출 주장에 대해 “스스로 오겠다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 80년대 군사정권도 아니고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당적을 옮길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서영교(徐瑛敎) 부대변인은 “주요 영입 대상인 호남 지자체장도 본인이 고사하면 (입당을) 강권한 적이 없다”며 “‘거절하면 복수하겠다’는 식으로 야당 지자체장을 영입하고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영입된 인사들도 자발적 결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측은 “망국적 지역감정을 타파해 보겠다고 어렵게 내린 결정이 이렇게 정치 공작적 시각으로 매도되는 데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시종 전 충주시장도 “국민통합을 위해 지난해부터 (열린우리당) 입당을 고민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최근 열린우리당으로 옮긴 주요 자치단체장
이름 및 직책당초 소속당입당일
김혁규 전 경남지사한나라당2004.1.8
김병로 진해시장무소속
이시종 전 충주시장한나라당
김세웅 무주군수민주당2004.1.20
김완주 전주시장2003.12.27
유성엽 정읍시장
최용득 장수군수
조규선 서산시장
나소열 서천군수
유봉열 옥천군수
김윤주 군포시장
2004.1.15
원혜영 전 부천시장200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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