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대표 “遷都에 동의할수 없다”…국회연설

  • 입력 2004년 2월 5일 18시 52분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의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분열과 파괴’로 몰아붙이며 대여 강경노선을 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조 대표는 “노 대통령이 ‘구세력의 뿌리를 떠나 새 세력이 국가를 지배하기 위해 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지지세력마저 둘로 쪼개 지지자들에게 상처와 모욕을 주었다”며 “국민을 갈라놓고 서로 적대하게 하는 게 통합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불법 대선자금 비리 등과 관련해 노 대통령 측근 16명이 줄줄이 구속되고 사돈은 신용불량자이면서도 2개월 만에 653억원을 긁어모았다”며 “더러운 손으로는 개혁을 말할 수 없고, 거짓말하는 대통령으로는 우방과 외국인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조 대표는 4·15총선을 △신구 부패세력에 대한 심판 △실패한 개혁과 실패한 국정에 대한 심판 △분열과 배신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한 뒤 “이대로 4년을 더 가도 좋다는 국민의 믿음이 깨지고 있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조 대표는 특히 “‘시민혁명’ 사주 발언을 비롯한 국민분열적 발언과 민주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매도한 왜곡발언을 취소 사과하지 않고 불법 관권선거를 계속한다면 국민과 함께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정책현안과 관련해 그는 △청년실업 해결과 일자리 창출 △서민임대주택 대폭 증설과 임대의무기간 10년으로 연장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고령화사회대책 기본법 제정 △문화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 △단선형 학제를 다선형 학제로 개편 등을 약속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순수한 의미의 행정수도 이전은 성실히 돕겠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천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 대표는 지난해 11월 28일 실시된 당 대표 경선 비용으로 9887만2030원을 사용했다고 공개했다. 조 대표는 △기탁금 6000만원 △홍보물 인쇄비 1650만원 △홈페이지 제작비 750만원 △대의원 및 참관인 식비 356만원 △전화홍보요원비 299만원 △전화문자메시지 비용 209만원 등 세부 내용도 공개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高총리, 자리걸고 대통령에 직언을"▼

“지금 당장 정부과천청사에 가서 책상 정리하고 사표를 내세요.”

조순형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를 향해 “국민은 민생고에 시달리는데 경제부총리가 경제 되살리고, 민생 안정시키는 데 전념하지 않고 총선에 열중하다니 이래도 되느냐”며 이렇게 질책했다.

조 대표는 “김 부총리는 지난달 15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소재 재활원을 찾아 금일봉을 전달해 형법상 업무상 배임 및 선거법상 금품 살포 혐의로 고발됐다. 사실이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이어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에게 “귀하는 출마하는 겁니까, 안 하는 겁니까”라고 묻고 “(그 문제로) 몇 달 동안 언론이 떠들썩한데 가만히 보니까 즐기시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고건(高建) 국무총리를 향해서는 “총리는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뒤에서 장차관들을 총선에 내몰고 정치공작에 동원하고 있다”며 “총리는 자리를 걸고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중단시키고 국정에 전념할 것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대표가 쓴 소리를 하는 동안 각료석에 앉아 있던 김 부총리와 강 장관은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지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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