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날 안 시장의 유서와 일기 18장이 공개됐다. 이날 유가족이 공개한 유서는 모두 9장으로 가족들에게 7장, 부산시민과 부산시 공무원에게 쓴 것이 각각 1장이었으며 유산분배와 사회기부 등 개인적인 부분은 지워져 있었다.
부인 김채정씨(65)와 아들 정훈(30), 딸 혜원(37), 사위 김정씨 등 가족 4명에게 남긴 이 유서는 먼저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용기를 갖고 살아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와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안 시장의 빈소를 찾았다.
이 전 총재는 이날 낮 분향을 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안 시장은 부산 경제가 어려워 희망이 없다고 할 때 시장이 돼서 부산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국가적으로 크게 쓰일 사람이 이런 비극을 맞게 된 게 가슴 아프다”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 전 총재는 빈소에서 한나라당 부산 지역 의원들과 만나 “당에서 나서야 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던 안 시장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빈소에 10여분간 머문 뒤 김진재(金鎭載) 김무성(金武星) 서병수(徐秉洙) 김형오(金炯旿) 권철현(權哲賢) 안경률(安炅律) 의원과 이종구(李鍾九) 전 대통령후보특보, 유승민(劉承旼) 전 여의도연구소장과 함께 부산시내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또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이날 오후 당 소속 의원 22명과 함께 안 시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홍 총무는 문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70이 다 된 노인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감하면서 5시간 이상 수갑을 채웠다는데 이는 정말 용서 못할 일이다”며 “이 정부는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 이는 살인이고 고문이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재가 떠난 뒤 문 수석비서관이 빈소를 찾자 안 시장의 부인 김채정씨는 그의 팔을 잡고 “내가 이 얘기는 처음 하는데, 병원에서 다섯 번이나 흔들어도 나를 못 알아보는 사람을 보석시켜 달라고 했더니 꾀병이라면서 보석을 안 시켜 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문 수석은 한동안 김씨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어 문 수석은 “저희가 힘이 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아주 가슴 아파하십니다. 각별히 위로를 드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고 전했다. 이날 문 수석의 조문엔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 송기인(宋基寅) 신부 등이 함께 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안 시장 사건을 둘러싼 공방을 계속했다. 부산경남 민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여권의 총선올인 전략으로, (안 시장을) 협박해서 생긴 일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부산시민이 선택한 민선 시장을 무참히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해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안 시장 사건을 총선에 이용하려 한다”며 받아쳤다.
이평수(李枰秀) 수석부대변인은 “정치권이 망자에 대한 예의는 차려야하지만, 안 시장 자살의 본질은 뇌물수수로 정치권이 이를 정치적으로 호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故 안상영시장 유서 및 일기내용 | |
대상 | 유서 내용 |
부인 | -집안을 잘 이끌고 어머님을 마지막까지 잘 보살펴 주시오. 세상에 한 번 왔다가 흔적과 보람을 남기려 했는데 안타깝소(2003년 12월17일).-우리 다시 만납시다. 그리고 못한 것은 다 합시다(2003년 12월31일).-한번 왔다 가는 인생이랍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사람 상영(2004년 1월2일) |
아들 | -정훈 아들아, 너가 훌륭히 성장하여 자리잡는 것을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미안하다. 아버지처럼 당당하게 살아라. 네가 집에서 기둥이다(2003년 12월17일). |
딸 | -혜원아, 이 세상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하고 아들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아버지다.(2003년 12월17일) |
일기내용 | ||
2003년 10월17일 | 억울함이 벗어지도록 최선을 다하자 | |
10월30일 | 도주위험도 없고 증거 인멸 가능성도 없는데 여론재판에 의한 시대적 현실의 희생은 곤란하다. | |
12월15일 | 약이 없이는 잘 수 없다. 뇌에 이상비대, 머리 아프고, 가슴 울렁거림 답답함. 수면제 습관성 비교적 적다. | |
12월20일 | 몸이 한계가 왔다. | |
2004년 1월3일 | 인생은 힘이 있고 거리낌 없을 때 자기주변 세심해야 하고 지쳤을 때 소홀하게 넘어가는 것 없는지 챙겨야 한다. 세상이 극락이고 천국이라고 늘 생각하면서 살아야. 부산시장 동안 단 한건의 부정과 야합한 적이 없습니다. 집사람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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