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주민 100여명은 지난달 28일 송정리역 앞에서 ‘구의회 2004년도 예산안 일방적 심의 규탄대회’를 갖고 구의회 폐지를 요구했다.
주민들이 ‘구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며 거리에 나선 것은 그동안 의원들의 보여 온 잘못된 행태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출한 것이다.
지난해 말 광산구의회는 예산을 심의하면서 난데없이 ‘변호사 수임료’와 ‘패소배상금’ 명목으로 각각 500만원씩 1000만원을 책정했다.
이 같은 예산은 지방의회 사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의회측은 의정활동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잘 하면 그만이지 미리 잘못된 것을 예상하고 예산을 짠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이는 지난해 특정 의원 제명사태가 법정으로 비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꼬집었다.
의원들은 지난해 10월 의원 등반대회를 가면서 45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등산복을 구입하고도 지난해 말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한 교회에 대한 쌀값 지원 예산 430만원을 전액 삭감해 ‘거꾸로 가는 의회’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광산구 신가동 한 주민은 “의정활동과 무관한 행사를 위해 수백만원을 쓰면서 1주일에 1차례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위해 구청에서 수년 전부터 지원해 온 쌀값을 삭감한 게 말이 되느냐”며 항변했다.
그동안 광산구의회는 2002년 7월 의회 출범 때부터 의장단 선출 갈등, 떡값 시비, 외국 ‘연수 성 관광’ 발언을 한 동료의원 제명 등 의원들간 감정싸움으로 파행을 거듭해 왔다.
오죽했으면 광산구 한 의원은 “의회를 보는 주민들의 시각이 이렇다보니 밖에 다닐 때는 의원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주민들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구의원들이 본연의 임무인 집행부 감시나 철저한 예산 심의를 뒤로 한 채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다면 주민들은 ‘의회 무용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회 해산’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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