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차라리 의회를 없애라"

  • 입력 2004년 2월 5일 21시 57분


“오죽하면 주민 대의기구인 의회를 폐지하자고 나섰겠습니까.”

광주 광산구 주민 100여명은 지난달 28일 송정리역 앞에서 ‘구의회 2004년도 예산안 일방적 심의 규탄대회’를 갖고 구의회 폐지를 요구했다.

주민들이 ‘구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며 거리에 나선 것은 그동안 의원들의 보여 온 잘못된 행태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출한 것이다.

지난해 말 광산구의회는 예산을 심의하면서 난데없이 ‘변호사 수임료’와 ‘패소배상금’ 명목으로 각각 500만원씩 1000만원을 책정했다.

이 같은 예산은 지방의회 사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의회측은 의정활동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잘 하면 그만이지 미리 잘못된 것을 예상하고 예산을 짠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이는 지난해 특정 의원 제명사태가 법정으로 비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꼬집었다.

의원들은 지난해 10월 의원 등반대회를 가면서 45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등산복을 구입하고도 지난해 말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한 교회에 대한 쌀값 지원 예산 430만원을 전액 삭감해 ‘거꾸로 가는 의회’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광산구 신가동 한 주민은 “의정활동과 무관한 행사를 위해 수백만원을 쓰면서 1주일에 1차례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위해 구청에서 수년 전부터 지원해 온 쌀값을 삭감한 게 말이 되느냐”며 항변했다.

그동안 광산구의회는 2002년 7월 의회 출범 때부터 의장단 선출 갈등, 떡값 시비, 외국 ‘연수 성 관광’ 발언을 한 동료의원 제명 등 의원들간 감정싸움으로 파행을 거듭해 왔다.

오죽했으면 광산구 한 의원은 “의회를 보는 주민들의 시각이 이렇다보니 밖에 다닐 때는 의원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주민들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구의원들이 본연의 임무인 집행부 감시나 철저한 예산 심의를 뒤로 한 채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다면 주민들은 ‘의회 무용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회 해산’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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