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4·15총선 후보 "상향식 공천 말만 번지르르"

  • 입력 2004년 2월 5일 21시 57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이 대구와 경북지역의 4·15총선 후보 공천을 시작했지만 ‘무늬만 상향식 공천’이라는 지적과 갈등이 제기되거나 불거지고 있다.

4일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한나라당 공천신청자들의 토론회가 열렸다.

대구 수성을(7명)과 경산·청도(5명), 영천지역(3명)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공천신청자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내가 적임자”라고 호소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준에 그쳤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정치신인은 “이런 토론을 통해 당 이미지를 바꾸고 지역발전의 적임자를 가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밀실공천’을 바꾼다는 취지는 좋지만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구·경북지부는 앞으로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공천에서 탈락한 신청자들의 반발이 예상돼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 포항남·울릉 공천신청자인 김형태씨는 공천경합자인 이상득 현 의원을 겨냥해 “이 의원이 공천심사위원들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며 “공개 면접토론을 통해 적임자를 가리자”고 주장했다.

또 대구 북구을에 신청한 홍동현씨도 성명을 내고 “무슨 근거로 북을 지역이 단수 우세 후보지냐”고 따지고 “겉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외치지만 여전히 밀실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북도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 40여명은 4일 “중앙당이 지방의원은 공천심사에서 배제키로 한 것은 지방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도의회 한나라당협의회를 해체하기로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경산·청도지역 당원들도 권기홍 노동부장관이 ‘낙하산 공천’을 하려고 한다며 궐기대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원들은 “경선을 통해 깨끗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권 장관이 연고지인 대구에서 출마하지 않으려면 경산·청도에서는 다른 공천신청자와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경산·청도에 출마하기 위해 최근 경산 시내에 선거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경북도지부 관계자는 “권 장관이 경산·청도에 출마할 확률은 99%”라고 밝혔다.

현재 각 정당들이 ‘깨끗한 정치’를 내세우며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대구의 한 택시운전사는 “승객들에게 물어보면 ‘선거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때문인지 관심도 없고 투표하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