體大입시 돈받고 실기점수 조작…관련 교수-학부모 구속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52분


2003학년도 서울의 모 명문 여자대학 체육학부 입시에서 실기시험 평가위원이었던 교수가 수험생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해당 수험생에게 높은 실기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최교일·崔敎一 부장검사)는 8일 학부모에게서 5000만원을 받고 실기시험 점수를 높여 준 혐의(배임수재)로 이 대학 체육학부 이모 교수(48)와 이 교수에게 돈을 준 김모씨(45·여)를 구속했다.

검찰은 다른 교수들도 부정 입학에 개입했을 수 있다고 보고 실기시험 평가위원이었던 이 대학 교수와 다른 대학 교수 6명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교수는 실기시험 일주일 전인 2002년 12월 10일 서울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김씨에게서 “딸을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5000만원이 들어 있는 98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받은 뒤 김씨 딸에게 높은 점수를 준 혐의다.

검찰은 이 교수가 같은 해 12월 9일 김씨가 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 10장을 건네자 “다른 교수에게도 인사를 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고, 김씨는 자신의 정기예금을 해약하고 친정어머니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5000만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교수는 10점 만점인 핸드볼 실기시험에서 김씨 딸에게 실제 기량보다 3∼4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김씨의 딸은 합격했으며 실기 반영 비율이 40%인 점을 감안하면 이 교수가 더 준 점수가 당락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6월 다른 대학 교수의 소개로 연구실로 찾아온 김씨를 알게 된 뒤 김씨 딸이 다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체육대 전문 입시학원에서 김씨 딸에게 개인 지도를 했다. 김씨는 이 교수에게 30만원 상당의 장뇌, 고급 코냑 1병을 선물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 교수의 60평형대 아파트를 압수수색해 50병이 넘는 고급 양주, 김씨에게서 받았던 것과 비슷한 명품 가방 20여개 등 수십개의 가방을 발견, 다른 학부모에게서도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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