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종걸(李鍾杰) 의원이 좌석에 앉으려는 김기춘(金淇春) 법사위원장을 떠민 것을 계기로 한나라-민주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의원들간에 몸싸움이 계속되는 바람에 이날 청문회는 2시간여 동안 열리지 못했다.
국회에 1988년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회결의로 열리는 청문회에서 소동이 빚어진 일은 있지만 물리적인 저지로 청문회가 처음부터 못열리는 등 파행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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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金)’은 갔지만 3김 정치의 유산(遺産)은 여전히 국회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정치개혁’ 경쟁을 벌이는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작 리더십도 게임의 룰도 찾아보기 어렵다. ‘앙시앙 레짐’(구체제)는 해체되는 과정속에 있지만 이를 대체할 민주적, 도덕적 권위를 갖춘 상생(相生)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도 리더십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나 각당 지도부는 당초부터 의원들의 표결 성향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댄 끝에 국가적 현안이 두 동의안 처리가 무산되는 것을 사실상 방관한 셈이다. 특히 청와대와 ‘사실상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두 사안에 대해 충분한 사전 의견조율을 이루지 못한 채 서로 엇박자 행보를 보여 ‘여당조차 설득 못하는 정부’ ‘여당역할도 못하는 얼치기 여당’이란 비난을 샀다.
이날 석방동의안이 통과된 서청원(徐淸源) 의원의 부인으로부터 “남편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은 의원은 있었지만, 두 사안에 대해 의원들을 개별 설득한 청와대나 정부 책임자는 없다.
인하대 김용호(金容浩·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김 시대가 무너진 다음 독점적 리더십의 공백이 생겼다”며 “과거 연고주의에 기반한 리더십을 대신할 비전과 이념에 바탕한 리더십 형성이 지체되는 데 따른 혼란”이라고 분석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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