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국회 청문회와 법정에서 거짓을 말하면 위증죄로 처벌받겠다는 선서를 하고 증언을 했기 때문에 그 내용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법정 증언도 전문(傳聞) 증거이기는 하지만 정황이 비교적 구체적이다. 손 청장이 추징세액을 놓고 망설이고 있을 때 ‘노 후보가 손 청장에게 전화했다’는 말을 문 회장에게서 직접 들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썬앤문 감세에 개입한 정황은 국세청 내부보고서에도 들어 있었다. 내부보고서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노’라는 글자가 의혹의 핵심이다. 국세청 담당 공무원들은 ‘안된다(No)’라는 뜻의 ‘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러 장으로 된 보고서 안에 ‘노’라는 한 글자로 ‘안 된다’는 방침을 밝힌다는 것은 상식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세금이 170억원에서 23억원으로 감액된 썬앤문 로비는 ‘성공한 로비’였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썬앤문으로부터 줄줄이 돈을 받은 사실이 성공한 감세 로비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더욱이 노 대통령이 2002년 11월 문 회장과 식사를 하다가 자리를 뜬 직후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1억원을 받았다. 대검은 이러한 사실을 밝혀내고서도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결론을 특검에 미루었다.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받은 돈이 영수증 없는 정치자금인지, 청탁의 대가로 제공된 로비자금인지, 두 가지 성격이 섞여 있는지를 밝혀내는 데 특검의 수사력이 집중돼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감세 청탁’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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